노사정 실무회의 '동상이몽'

-지난 한주 내내 국회에서는 비정규직 법안 논의를 위한 노사정 실무회의가 열렸습니다. 일주일간의 협상 과정을 보면 '새로운 제안'->'결렬위기'->'절충안 마련'->'2일 최종협상' 등 숨가쁘게 진행된 것 같습니다.

-협상을 하다보면 협상주체들이 '동상이몽'을 할 때가 있는데요. 26일 경영계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고 언론에 알려진 것도 이 경우에 해당됩니다. 당시 이목희 의원은 "사용 사유제한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새로운 제안이 나왔다"며 "이는 지금까지 논란을 일거에 잠재울 만한 독특한 시스템"이라고 밝혀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의원은 28일 기자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 의원에 따르면 26일 저녁 경영계가 "자꾸 노동계가 '개악'이라고 하니까 노동계가 지적하는 안을 들어내고 현행대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고 즉석에서 제안했습니다. 이 의원은 순간 '답보상태인 논의를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만)해 "내일 회의에서 논의해 보자"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 이 의원은 "아마 노동계는 '경영계가 고수해온 기간 3년을 포기했나'라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혼란을 겪었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경영계가 즉석에서 낸 안을 놓고 이목희 의원과 노동계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한 채 회의를 마친거군요.

-그런 셈이죠. 협상을 하다보면 같은 말을 놓고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 협상도 그런 것 같습니다. 지난 23일 저녁 협상 때는 회의 도중 '노트북을 들고 회의장으로 들어오라'고 해 '협상안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주위를 긴장시켰는데요. 알고보니 노사정 실무대표간에 서로 말에 대한 해석을 달리해 아예 컴퓨터에 발언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외계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노사정이 똑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서로 못 알아 듣는다는 게 혹시나 '닫힌 마음'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노사정 실무회의와 관련해서 이번 회의의 최대 피해자는 국회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회의장 주변은 결과를 기다리는 기자들과 노사정 관계자들이 밤 늦게까지 마신 음료수와 담배꽁초들로 항상 지저분한 상태입니다. 한 청소 아주머니는 "빨리 회의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분들도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일텐데요. 어쨌든 2일 협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랍니다.

“지금 남 걱정할 때냐”

-선거 얘기를 해보죠.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여당의 참패가 가장 뉴스거리였지만 노동계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민주노동당이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하느냐였는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아쉽게도 민주노동당이 수도권 교두보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30일 밤 민주노동당 중앙당사는 침울한 분위기였죠. 정형주 성남중원 후보의 낙선이 확실시 되자, 일부 당직자들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던 경북영천의 개표 결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당직자가 “이러다 열린우리당 한 석도 못 건지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다른 당직자가 이렇게 핀잔을 줬죠. “지금 남 걱정 날 때냐.”

-민주노동당이 울산과 창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당선자를 배출하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수도권 당선자 배출이라는 벽은 정말 높고도 높은 벽이군요. 김창현 사무총장 말처럼 “아쉽지만 다시 힘내서 뛰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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