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이 지난 24일 창립총회를 열고 독자적 노조 설립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합법적 노조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동부는 지난 25일 “이주노동자들의 노조 설립과 관련, 정부의 고용허가제에 따라 국내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이라면 노동법에서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다”며 “설립신고를 접수하면 검토에 들어가되 합법적 신분이라면 긍정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노조를 만들었다면 다른 문제”라며 “불법 노동자들의 노동은 불법이며, 그들의 노조도 당연히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27일 성명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노조설립을 강하게 반대했다. 중기협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업체 대부분이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여건이 안 되는 중소사업장”이라며 “외국인 근로자의 노조 설립은 국내 중소기업의 노무관리에 더욱 무거운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동부와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이러한 입장과 관련해 지난 27일 오전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를 한 아노아르 후세인(사진·34·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노조 초대위원장은 “노조 설립은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인 만큼 불법, 합법으로 노조 설립을 결정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만약 노조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법외노조로서 합법화를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허가제 불법체류자 양산"

아노아르 위원장은 “우리가 독자 노조를 설립하고 나선 이유는 현행 고용허가제가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강력하게 단속한 뒤 추방하는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무수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0만명의 이주노동자 가운데 18만명이 미등록노동자 신분이고, 오는 8월이면 추가로 11만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생긴다"며 "정부는 하루에도 수백명의 이주노동자를 잡아들이고 단속과정에서 가스총을 사용하는 등 인권침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를 해결을 위해서 이제는 이주노동자가 직접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등 이주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주노동자노조의 노조설립 당위성과는 별개로 현재 아노아르 초대위원장 또한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사실상 이주노동자노조의 합법화 가능성은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노조 가입 대상 중 상당수가 합법적 이주노동자들로 이들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 제한으로 인해 사용주들로 부터 무수한 노동탄압을 받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노조가 합법화가 되지 않을지라도 이주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1년 5월 민주노총 서울본부 직가입 소속으로 처음 출발했던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는 지난 24일 해산한 뒤 독자적인 이주노동자노조를 결성했다.

이날 노조창립총회에는 필리핀,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네시아 등 100여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했으며 위원장 및 임원들을 선출하고 규약을 확정했다. 노조 규약은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반대 △이주노동자 근로조건 개선 및 권리확보 △이주노동자 합법화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노조는 다음달 초 노동부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서울과 경기 인천 3개 지부를 설립하고 전국 단위 노조로 위상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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