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무(34)씨의 첫 시집 <5분의 추억>이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왔다.

<서시(序詩)>에서 시작해 <추신>으로 마감되는 53편의 시는 출근에서 퇴근까지직장인의 하루 일과를 좇아 배치되어 있다. 출근 버스와 사무실 풍경, 일과 중의전철과 출장지의 육교, 그리고 고단하고 술에 전 몸으로 타거나 타지 못하게 되는막차 등이 그 일과의 세목들인데, 그렇다고 해서 시인이 단순반복적인 일상의사이클에 갇혀 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가//늦은 아침 호주머니에서 나온/병뚜껑하나//(…)//어두운 호주머니 속에 갇혀 있다가/내 손가락에 잡혀 올라와선/죽은조개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서시>)

어제 “무슨 일”인가가 있었다. 호주머니 속에서 손에 잡힌 맥주 병뚜껑이 그강력한 증거다. 그런데, 그 `일'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하지만, 병뚜껑은 말이없다.

병뚜껑이 암시해 주는 `무슨 일'의 존재와, 끝끝내 밝혀지지 않는 그 정체에대한 궁금증 사이의 틈이 시인의 느슨한 일상에 아연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는다. <순환선 지하철에서>라는 시에서, 지하철 손잡이에서 느껴지는 “누군가의 체온”역시 호주머니 속의 병뚜껑과 같은 구실을 한다. 그런데 이 시의 첫 대목이뜬금없다. “밤새 만나지 못하고 잠 깬 날 아침”이라는 것이 그것인데, 누가누구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시가 끝나도록 제시되지 않는다.

결국 시인은, 굳이 구체적인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누군가와 만나고소통하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에서만 밖을 내다 볼 수있도록 색칠된 카페 의자에 앉아 바깥으로 지나쳐 가는 지인을 향해 헛되이 웃으며손을 흔들어 보인다거나(<낮술>), “어느 발자국의 보도 블록에/볼을 대고엎드”(<행인의 얼핏 비친 눈물>)리는 행위에서 그런 열망의 작동과 그 좌절을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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