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법안의 운명을 결정할 '노사정 운영위·국회'의 마지막 실무회의가 20일 열린다. 지난 6일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수영 경총 회장,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김금수 노사정위원장, 김대환 노동부장관 등 노사정 대표자들과 이경재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비정규법안 합의처리를 위해 노사정 운영위 멤버와 국회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이 참석하는 실무회의를 열기로 결정함에 따라 8일, 13일, 16일에 걸쳐 세 차례 열렸던 실무회의는 과연 옥동자를 순산할 수 있을까.

당초 오늘(20일) 열릴 실무회의는 내일(21일)까지 합숙 형식을 빌려 최종안을 도출해낼 것으로 기대됐지만, 인권위의 의견표명이 나온 뒤 정부여당과 사용자측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합숙은 고사하고 회의 자체의 원만한 진행조차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열렸던 3차 실무회의에서 각 참가주체들은 인권위 '가이드라인'을 놓고 서로 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1시간만에 서둘러 회의를 끝냈다.

비정규법안 협상의 최저기준을 '정부발의법안+a'로 생각해 왔던 정부여당과 사용자단체들이 인권위안을 최저기준으로 삼으려는 노동계의 전략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협상 난항의 배경이다.

<매일노동뉴스>가 마지막 실무회의를 앞둔 노사정 및 국회 실무회의대표들을 대상으로 인권위 가이드라인에 대한 속내, 협상 지속 여부, 4월 임시국회 처리 등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김상열 대한상의 부회장은 경총과 입장이 같다는 이유로, 이목희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장과 정병석 노동부 차관은 각각 실무회의 진행자와 정부부처 책임자라는 위치 때문에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논의중에 정부여당의 입장이 공개되는 게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편집자 주>



<김영배 경총 부회장>
"우리 입장은 변함없다"
타결 가능성 아주 낮아져…인권위 때문에 노동계 입지만 줄어들 것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20, 21일 이틀간 열리는 노사정운영위원회·국회 실무회의와 관련해 "인권위원회 발표로 타결 가능성이 아주 낮아졌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부회장은 "재계의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오히려 노동계가 인권위 발표로 입지가 좁혀져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노사정운영위원회의 전망은 어떠한가.
"인권위원회 발표 이전보다 지금이 타결 가능성이 아주 낮아졌다. 협상이라는 것이 서로간에 포기하고 양보해야 하는 것인데 인권위가 과거 노동계안을 그대로 내놔서 노조가 움직일 여지가 전혀 없는 상태가 돼 버렸다. 노조가 다시 강경한 목소리를 꺼내는데 협상이 되겠는가."

- 인권위안을 참고할 만한 여지는 없나.
"없다. 재계 입장은 변함이 없다."

- 두 노총은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는데.
"면담이 이뤄지고 안 이뤄지고를 떠나 사안이 생길때마다 대통령에게 들고가 해결해달라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노사관계, 노동정책에 관한 문제에 분명한 협상주체가 있고 주무장관이 있는데 맘에 안 든다고 대통령에게 들고가면 되겠나."

- 회의과정에서 재계가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없나.
"우리는 처음 정부안도 거부를 했다. 하지만 임단협 시즌인 데다 가뜩이나 노사관계 불안요소가 많은데 일년내내 비정규직 문제를 가지고 얘기한다면 경제적으로 치명적이다. 그래서 법안의 좋고 싫고를 떠나서 정부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 파견업무 허용 범위를 '포지티브'로 유지하는 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비정규직법안 중 재계에 유리한 내용이 파견업무 허용범위를 네거티브로 바꾸는 것밖에 없다. 포지티브로 받아들이려면 차라리 안 하는게 낫다."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
“비정규 법안, 4월 처리 위해 최선 다할 것”
20일 회의에서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밝혀


권오만 사무총장은 “비정규직 법안을 4월에 처리하지 않고 노사정이 다투기만 한다면 비정규 노동자 및 노동계, 정부와 재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법안의 ‘4월 합의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권 총장은 “노사정이 대화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협상과정에서도 선명성 경쟁에 나서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20일 노사정 운영위에서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권오만 사무총장과 일문일답.

- 비정규 법안 관련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노사정이 대화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협상과정에서도 선명성 경쟁에 나서는 등의 문제가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화에 유연성을 가진 한국노총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국회도 4월 처리를 공언한 만큼 한국노총도 협상과정에서 ‘4월 내 합의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나갈 것이다. 법안이 4월 처리가 되지 않고 노사정이 다투기만 한다면 비정규 노동자 및 노동계, 정부와 재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는 20일 회의에서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인권위 결정 이후 협상이 더욱 어려워진 것은 아닌가.
“한국노총안과 인권위안은 대동소이하다. 이 안을 기준으로 논의를 해나갈 것이다. 다만 이 안에 대해 노사정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시행령 등을 통해 보완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민주노총이 주장하고 있는 파견법 철폐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법 자체가 폐기된다면 이후 비정규직 문제를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도 없어진다. 이런 부분들을 노사가 서로 이해하고 보완해나간다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 민주노총과의 공조는 지속되는 것인가.
“민주노총과는 당연히 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 4월 처리도 단독처리가 아닌 ‘합의처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권오만 총장은 ‘법안의 4월 처리가 무산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런 상황은 생각하고 있지도 않다”며 4월 내 법안 합의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
“성실히 교섭한다. 그러나 기대는 안 한다”
21일부터 공세적 투쟁으로 전환…"인권위안 정도면 합의 시도할 만해"


이석행 총장은 20일부터 21일까지 열릴 노사정운영회의에 대해서 “최대한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겠다”고 하면서도 “교섭 결과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인권위 의견 정도의 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합의가 힘들다고 내다봤다.

이 총장은 대신 “이번 교섭을 기점으로 해서 인권위 의견을 최저기준안으로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는 공세적 전술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해 본격적인 총파업 준비투쟁에 들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다음은 이석행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 20~21일 집중교섭을 어떻게 전망하나.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이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쪽도 전향된 안을 낼 것 같지 않다. 말이 집중교섭이지 그동안 내용에 대해 한번도 논의하지 않았는데 뭐가 나오겠나. 사용자와 정부여당 쪽에서는 또 인권위 의견을 비난할 가능성이 많다. 저번 교섭에서는 저쪽이 인권위만 비난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 인권위 의견이 나온 뒤 저쪽은 너무 허둥지둥 대고 있다.”

- 이후 교섭에서 “정부와 사용자가 또 인권위를 비난하면서 초점을 흐리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노총 안보다도 못한 인권위 의견을 비난한다면 대화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하겠다. 21일 산별대표자회의를 열어 투쟁전술 변화를 꾀하겠다. 현재 월요일 열게 돼 있는 산별대표자회의를 수시로 열고 있다. 그동안 법안저지를 위한 수세적인 전술이었다면 이제는 인권위안을 기준으로 총파업을 포함해 공세적인 교섭과 투쟁을 병행할 것이다.”

- 정부와 사용자는 이틀 동안 어떻게든 합의하는 방향으로 몰고가려 할 텐데.
“결단코 거부한다. 교섭이라는 게 하루이틀만에 되는 것도 아니고, 나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조직이 하는 것이다. 70만 조합원이 지켜보고 있다. 그 자리에서 합의를 고민할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 인권위 의견 정도의 안이 나온다면 교섭 중간에 민주노총 회의를 소집해서라도 합의를 시도하겠다.”

- 한국노총은 합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어떻게 보조를 맞출 것인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한국노총과 의견이 다르다면 정회를 해서 의견을 맞추고 노동계의 같은 목소리를 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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