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기노련 강인식(63) 위원장은 시종 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지난달 31일 주한미군측이 방위비 분담금 삭감을 이유로 1천여명의 한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인원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노조에 통보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한미 양국간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지연으로 한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미지급 사태를 우려해, 지난 2월부터 각 관계기관에 방위비 분담금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했을 때만 해도 이같은 상황은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 정부당국 질의 결과,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강 위원장은 “1만5천여명의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자들은 현재 허탈감은 물론, 한미 양국 모두에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한국인 조합원이 한 명이라도 해고될 경우 개인적으로 극단적인 각오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4월 한달"이라는 단서를 달고 "정부, 주한미군과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는 게 강 위원장이 전하는 외기노련의 분위기다.

- 전혀 몰랐나?

“지난해부터 일부 주한미군 부대가 폐쇄되고, 1개 여단이 이라크로 파병돼 한국인노동자 1천백여명이 정규직에서 비정규직화 되거나 타 지역으로 전출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때만 해도 노조와 주한미군측의 긴밀한 대화와 협의 속에서 원만히 처리가 됐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인력 감원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 감원계획과 관련해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한미군측은 그러나 “한국정부의 방침에 따라 감축계획을 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한국정부도 방위비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양국간의 교섭안에 대해 노조가 현재 ‘재협상을 해라,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또 재협상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노조의 기본 방침은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자에 대한 감원 문제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고, 대신 양국이 이 문제를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 솔직히 말해, 한국과 미국정부 가운데 어느 쪽이 못마땅한가.
“답변하기 힘들지만, 양쪽이 똑같기 때문에…. 그러나 우리는 주한미군으로부터 직접 고용된 상태이기 때문에 우선적 책임은 주한미군쪽이라고 본다.”

- 감축이 현실화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1천명이 빠져나가게 되면 한국의 안보기능에 마비가 온다. 예를 들어 240종의 군장비와 관련한 모든 작업이 중단된다. 탄약관리가 안 될 경우도 상상을 해봐라. 군사상의 문제는 반드시 발생하게 돼 있다.”

- 군사전문가들도 그렇게 평가하나.
“군사전문가들과 우리와 같은 민간인들이 보는 시각은 다르겠지만, 우리는 군인만 아닐 뿐, 수십년 동안 함께 근무했기 때문에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전문가들이 보는 평도 나와야 한다고 본다.”

- 노조의 방침은 4월 대화, 5월 총파업이다. 노사간의 대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총파업 전망은.
“쟁의 관계에 대해 전 조합원들에게 찬반 의지를 물으려고 한다. 일단 4월 한 달은 문제해결을 위해 양국 정부에 교섭이든 호소든 다양하게 검토하겠다. 상무집행위원회와도 계속 논의하겠다. 총파업은 물론 가능하다. 우리는 그동안 주한미군을 위해 할 만큼 다했다.”

- 일부 지역에서는 당장 실력행사에 돌입하자는 의견도 있던데.
“아직 한미간의 최종합의는 안 된 상태다.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일을 처리하겠다.”

-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응과 항의를 할 경우 한미관계가 악화되기 때문에, 노조가 시민단체와 연대투쟁으로 적극적으로 맞대응을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들도 현실을 확실히 이해하길 바란다. 외기노련을 위한다면 한국인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쪽으로 목소리를 높여 달라. 한쪽으로는 한국인노동자들의 감축을 반대하면서, 한쪽으로는 주한미군 물러나라고 주장하는데 노조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지금처럼 시민사회단체들이 재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거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노조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노조를 오히려 와해시키는 것이다."

- 강 위원장은 20년 이상 외기노련을 이끌어 왔다. 지금이 가장 위기인 듯 싶은데.
“솔직히 힘든 상황이다. 노조는 단지 한미양국간이 동맹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화해와 협조체계 속에서 한쪽이 부담을 갖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 재검토를 하기 바란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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