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1천명 이상 대기업 노조가 임금동결을 할 경우 임금인상분에 해당하는 재원을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인상과 처우개선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0일 오전 서울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주요기업 인사 노무담당 임원회의'를 열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노력이 아닌 정규직 노조의 양보도 동반돼야 한다"며 대기업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동결에 나서줄 경우 임금인상 자제분(3.9%) 만큼의 재원을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활용키로 합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삼성, 현대차, LG화학, 롯데, 두산, 효성, 코오롱, 대우조선해양, 한화, 금호, 아시아나 항공 등 25개 기업의 관련 임원들이 참석했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임금동결에 협조한다면 3.9% 인상분만큼을 비정규직의 처우향상을 위해 충당하겠다는데 경영계가 의견을 모았다"며 "이같은 입장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동결로 축적된 자금을 비정규직 처우향상, 신규인력 채용 확대 등에 적극 활용, 노동계 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완화하자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앞서 경총은 총액 기준 3.9%를 인상하되 노동자수 1천명 이상 대기업은 지난해 수준에서 동결할 것을 뼈대로 하는 올해 '임금조정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정길오 홍보선전본부장은 "이는 대기업 임금 동결분을 비정규직 임금인상에 사용한다는 것으로, 대기업 인건비 절감으로 접근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정 본부장은 "비정규직 임금을 별도로 인상하고 대기업 임금 동결분을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임금인상에 사용한다고 하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하지만 경총 발표는 명분을 이용해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이윤극대화의 전략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통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97년 12%에서 지난해 8.2%로 계속 하락해 왔다'며 "기업들은 노동자들 파이의 총량을 줄이면서 그것조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려는 교묘한 노무관리를 통해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대기업 임원들은 "노동계는 4월1일로 예정된 비정규직 입법 관련 총파업을 즉각 철회하라"며 "경영계는 파업 강행시 엄정 대처할 것이며 정부도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행위에 대해 단호한 법집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이번 파업은 불법행위인만큼 경영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징계, 고소·고발 등 민형사상 책임 제기, 무노동무임금 원칙 적용 등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민주노총은 "노사정대표자회의가 구성되고 있는 마당에 비정규법안 통과와 총파업 엄정 대처를 요구하는 것은 대화를 깨자는 것"이라며 "사용자는 노동계를 자극하지 말고 사회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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