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월13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의료산업화’를 공개적으로 선언한데 이어,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18일 의료서비스 산업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05년 주요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안에 의료법을 개정해 의료법인의 영리사업 범위를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주식회사 ○○병원’과 같은 ‘영리의료법인’ 설립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민간의료보험 역시 지금까지는 ‘암보험’과 같이 특정질병에 대한 치료비 일부를 보상해주는 상품뿐이었으나, 8월부터 환자가 병원에 직접 내는 진료비를 보상해 줄 수 있게 된다. 공적 의료보험을 대체할 민간의료보험 도입의 서막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의료산업화’란 쉽게 말해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거기에 아무리 좋은 설명과 수식어를 가져다 붙이건 그 본질은 오직 그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의료’는 돈벌이하기엔 너무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병원의 병상이 90%에 이른다. 공공병원 병상이 60% 이상인 유럽국가와 비교할 것도 없이, 시장중심의 의료로 유명한 미국조차 공공병원 병상이 33%인 반면, 우리나라는 10%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도 56% 수준에 그쳐, 진료비의 절반 가까이 환자가 병원에 직접내야 한다. 그리고 환자가 병원에 내는 돈 중에서 60% 이상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고 병원에서 가격을 마음대로 정해서 받을 수 있는 ‘비급여 진료비’다.

게다가 진료비 지불방식도 진료행위마다 수가를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도로 진료행위를 많이 하면 할수록 돈을 많이 번다. 불필요한 검사를 많이 하고, 치료와 처방도 과잉으로 하는 과잉진료가 괜히 일어나는 게 아니다.

물론 정부는 공공의료 30% 확충을 약속했고, 여기에 4조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하지만 전체 의료시스템이 돈벌이 중심으로 된 상황에서는 공공병원도 환자를 상대로 돈벌이에 나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조차 지방공사의료원이 적자경영을 했다고 구조조정을 한다느니, 민간위탁을 한다느니 하면서 돈벌이로 내몰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국민들은 그런 공공병원을 보면서 민간병원과 차이를 느낄 수 없고, 공공병원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정하지 못한다.

또한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도 70%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제 환자들에게 가장 부담이 되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 문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결코 줄일 수 없고,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건강할 권리는 인간으로서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해 누려야하는 가장 원초적인 기본권이다.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다. 하기에 돈이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말했듯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이 있다면 그 나라는 이미 나라도 아니다.

국민들은 건강보험료만 내면, 아플 땐 언제든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무상의료’를 실시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무상의료 실시는 불가능한 게 아니다. 비급여 진료비를 없애고, 모든 진료비 항목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무상의료를 실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이런 바탕 위에서 단계적으로 무상의료를 실시해 나가면 된다.

2005년에는 암, 백혈병환자를 비롯해 고액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환자들부터 무상의료를 실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치료비 때문에 가산을 탕진하거나, 엄마가 병을 앓는 아이와 함께 동반자살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사용하기로 한 1조5천억원을 여기에 쓰면 된다.

이와 함께 무상의료 실시를 온전하게 가능하게 하려면 의료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해 병원이 돈벌이를 하지 않고도, 망하지 않고 운영을 해 나갈 수 있게 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별 총병상제 실시 등 병상공급에 관한 국가관리제도를 강화해야 하고, 공공병원을 공공병원답게 만들어야 하며,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에는 공공병원을 새로 설립하거나 민간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함으로써 공공병원의 비중을 크게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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