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의 혁신은 간부와 활동가만의 과제가 아니라 현장 조합원이 떨쳐 일어나야 가능하다. 민주노총은 조직혁신을 위한 방안을 과감하게 제시하는 결단을 해야 한다.

일부 노동조합의 비리,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 사태 등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노동운동이 무너져 내리는 위기에 빠져 자정 능력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다.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시선이 노동운동 내부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당연한 결과이다. 노동운동이 마치 비리의 온상이나 되는 것처럼, 폭력이 난무하는 뒤쳐진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
 
노동운동에 가해지고 있는 질타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노동운동 자체만의 문제인가 하면 대답은 ‘아니다’이다. 노동운동의 위기적 요인으로 상황변화에 대한 대응능력 부족과 대안 부재, 연대성 위기, 계급대표성 위기, 공공성 위기가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노동운동의 대응력에도 기인하지만 승자독식의 게임 법칙과 시장전제적 경제구조, 아래로의 무한경쟁 구도에서의 양극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노동배제적인 정책이 구조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대대 폭력은 민주노총에 대한 근본적 도전

눈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로 돌려보자. 노동운동 위기의 극단적인 모습으로 나타난 대의원대회 사태의 진단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민주노총 최고 기관이 물리력에 의해 기능이 정지됐다는 점은 심각하다. 대의원대회가 대의원이 아닌 자와 심지어 조합원이 아닌 외부의 사람에 의해서 폭력으로 파괴됐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말이다. 15일로 예정된 대의원대회는 아예 대회자체가 열리지도 못했다.

대회가 열리기도 전에 단상과 대대장을 폭력으로 점거해 버렸다.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한 세력이 대의원대회를 봉쇄했다. 대의원의 뜻을 물어볼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았다. 노동조합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은 대의원대회 등 의결기구를 통해 결정하고 이를 집행부가 집행한다. 그런데 조합원의 의견을 모아서 결정할 수 있는 기관을 파괴해 조합원의 뜻을 민주적으로 모을 수 있는 제도가 작동불능에 빠지고 말았다. 이것은 심각한 위기다.

대의원대회 폭력사태는 사회적 교섭안건 문제를 훨씬 뛰어넘었다. 안건에 대한 찬반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총 조직 원칙과 민주노총 내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다. 우리 스스로 만든 원칙과 질서가 휴지조각이 됐다. 자기 의견과 맞지 않으면 무슨 짓이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를 내부자를 신뢰하지 못하는 노동조합 외부자의 의사표현이라고 강변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는 내부 민주주의와 질서의 파탄이다.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주장과 행위의 진정성에 의문이 드는 점이 여기에 있다. 또한 민주노총은 이러한 행위를 조직적으로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규율해야 할 일부 간부들이 이를 방조내지는 선동하고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지도력의 위기이다.



조직혁신 위한 방안 과감히 제시해야

노동운동은 현 상황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한다. 대대 문제에서 민주노총 집행부의 책임이 크다. 민주노총 기관의 정상적인 운영을 담보해야 하고 내외부자를 막론하고 노동계급의 요구를 수렴, 집행해야 할 책임 또한 민주노총의 몫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봉착한 위기적 요인은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다.
 
구조적인 해법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뼈를 깎는 자기 혁신 없이 해결하기 어렵다. 노동운동의 혁신은 간부와 활동가만의 과제가 아니라 현장 조합원이 떨쳐 일어나야 가능하다. 민주노총은 조직혁신을 위한 방안을 과감하게 제시하는 결단을 해야 한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참담함에서 노동운동을 지켜야 한다. 현재의 난관은 우리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헤어날 수 없는 위기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수도 있고 위기를 새로운 희망으로 반전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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