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이후 '이주'를 테마로 지속적인 작품활동을 해온 작가 박경주가 2004년 한 해 동안 한국사회에서 '소수자 중의 소수자'라고 일컬을 수 있는 이주 여성들의 삶을 다큐멘터리 사진에 담았다.

이미 2001년 집계만으로도 20만7,829명에 달하는 이주여성들은 한국 사회가 갖는 남성중심주의로 인해 차별을 받게 되는데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 가정폭력, 모성보호와 육아지원의 부재, 남성보다 많은 장시간 노동과 그에 반하는 저임금 등 여러 가지 고통을 혼자 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주 여성들이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겪는 고통과 차별을 알리고자 이주여성의 삶을 2004년 한 해 동안 밀착 취재해 담은 이 사진들은 지난해 12월 한 권의 사진집 '꿈의 나라에서 - 이주여성 삶 이야기'(기획·출판 : 이주여성인권센터, 후원 : 서울특별시)로 엮어졌다.

전시회에는 이주여성 9명의 삶을 잔잔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과 '이주여성 임아리사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지다'(이주노동자 선거유세 퍼포먼스 광주편, 싱글채널비디오)를 볼 수 있으며 오프닝에서는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다오'가 퍼포먼스가 예정돼 있다.

이번 전시회는 19일부터 29일까지 서울 광화문 조흥갤러리에서 열린다.(문의 02-722-8493)

가브리엘라(루마니아)
임신 8개월의 몸으로 홀로 한국에 입국한 가브리엘라. 그녀는 우선 아이를 낳아야 했다. 출산 후 한 달. 아직 핏덩어리인 아기를 영아 위탁소에 맡겨야 했다. 이 곳에 1년 정도 아기를 맡기고 부지런히 일해서 귀국하는 것이 현재 가브리엘라의 꿈이다. 아기와 헤어져야 하는 시간 아기의 볼에 입맞추다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타스리마(방글라데시)
남편과 함께 스치로폼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타스리마는 얼마 전 한국에서 낳은 딸을 고국의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고향으로 보냈다. 공장 기숙사에서 남편, 시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그녀는 몇 년간 더 일해서 고향으로 돌아가 딸아이와 함께 사는 것이 꿈이다.


송미화(조선족)
결혼생활 3년 동안 계속된 남편의 폭언과 구타로 이혼을 결심한 송미화. 이혼소송을 위한 소장을 접수하고 나서 송미화는 곧장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남편은 송씨의 지병도 치료해 주지 않을 만큼 송씨를 학대했다. 이것이 그녀가 이혼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 이주여성이 이혼소송에서 겪게 될 정신적 스트레스는 한국인의 그것보다 훨씬 크다. 그녀는 무엇보다 법정에서 어떻게 남편의 무서운 눈빛을 마주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앞에서 서툰 한국어로 올바른 진술을 할 수 있을 지를 가장 걱정했다.


에글(우즈벡)
에글이 한국 생활 5년 만에 얻은 것은 척추 디스크였다. 불행하게도 그녀의 남편도 똑같은 병을 얻어 두 사람 모두 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했다. 에글의 남편사랑은 각별하다. 아직 쉼터에서 안정을 취해야 할 그녀는 혼자서 남편을 간호하겠다고 자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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