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집행부의 태도가 변함에 따라 4월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비정규법안을 놓고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비정규법안을 다룰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대의원대회를 열지 않고 위원장 직권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이같은 집행부의 태도변화는 비정규법안에 대한 국회 처리 시한은 다가오는데 현재 ‘브레이크’를 거는 방법은 투쟁과 함께 대화를 시작하는 것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자료사진=연합뉴스>

비정규법안을 논의할 ‘사회적 대화 창구’에 대해서는 지난해 ‘노사정위 개편방안’을 다룰 목적으로 구성된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재개하는 방법이 민주노총 내에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당시에도 대의원대회 의결 없이 대표자회의를 시작했고 순서상으로도 민주노총이 회의를 주최할 차례인 만큼, 논의 재개는 자연스럽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을’ 논의해야 하는가라는 의제 측면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시 ‘노사정대표자회의’ 안건은 △노사정위 개편 방안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이었다. 여기에 비정규법안을 안건으로 추가하거나 또는 비정규법안만 논의하기 위해서는 정부, 재계, 한국노총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노동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비정규법안을 ‘국회시계’에 맞추겠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 왔다. 정종수 노동부 노사정책국장은 16일 “노동부는 비정규법안을 대표자회의에서 논의한다는데 반대한다”며 “다만 국회가 주관으로 노사정을 불러 공청회 등 의견을 듣는다면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계도 최근 5단체회장 회동을 갖고 “정부 원안대로 비정규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해줄 것”을 촉구하는 등 재논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재계가 ‘4월 처리’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비정규법안 관련, 논의를 하면 할수록 ‘이득’보다 ‘손해’가 크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법의 취지가 비정규직 보호에 있는 데다 노동계 반발은 갈수록 강해질 것으로 보여 논의가 길어질수록 ‘양보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회가 어차피 노사정 의견을 들어야 하는 만큼, 국회 환노위 산하에 한시적으로 별도 기구를 마련해 비정규법안만 놓고 사회적 대화를 시도하는 방법이 파국을 막을 가장 유력한 방법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회적 대화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노동계에 명분을 주고, 국회 주도로 진행되니 노동부 입장도 반영되며, 논의할 것을 빨리해야 4월 처리가 가능해지니 재계가 거부할 명분이 약하게 된다는 점 등에서 노사정 모두를 두루 고려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법안을 둘러싼 사회적 대화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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