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주)코오롱으로부터 해고당한 A씨. 그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언론을 통해 (주)코오롱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내용이 보도된 이후 친척과 고향 친구들로부터 걸려오는 수차례 확인전화는 그나마 견딜 수 있지만, ‘백수’라는 이유로 그를 비꼬는(?) 전화도 종종 걸려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그를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지난 수년간 친하게 지냈던 회사 동료들로부터의 ‘외면’이다.

요즘 그는 오전 일찍 노숙자들이 모여 있는 구미역으로 출근해 소일한다. '복직'에 대한 기대감조차 없는 상황에서 집안 형편마저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라도 최대한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코오롱노조 홈페이지에 올라온 어느 해고자(아이디 '노숙자')의 이야기다.

자신을 ‘불혹의 나이에 살고 있다’고 밝힌 그는 저녁 무렵 귀가하면 매일같이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심정이라고 했다. 두 명의 딸은 최근 졸업식장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꼭 장학생이 돼 부모님의 짐을 덜어주겠다”고 말했단다. 그의 아내는 가족의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식당일을 시작한 지 오래다.

그는 ‘가족과의 결별’도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아내에게 “가정에서 정리해고를 시켜 달라”고 애원했지만, 아내는 “백수로 병들어 누워 있어도 애비 없는 자식보다는 낫다”며 말렸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리해고’라는 단어는 여전히 김씨를 괴롭힌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목욕탕에서 근무할 생각이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지만 “언젠가는 정리해고를 당할 것이 뻔하다”며 이를 거절했다.

28일 코오롱노조에 따르면, 지난 21일 정리해고된 생산직노동자 61명 가운데 40~50여명이 공장 앞에서 매일같이 피켓팅과 유인물 배포를 통한 선전전을 하고 있는데, A씨를 포함한 일부 조합원들은 노조와 연락조차 끊고 지내고 있다. 노조는 이 글을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 수소문하고 있으나 ‘도무지 찾을 수 없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억울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법정 싸움도 생각해 봤으나 당장 생계가 걱정되고 지루한 법정 싸움은 건강을 더욱 악화시킬 것 같다”며 “차라리 노숙자의 삶을 선택할 것”이라며 자신의 비탄한 심경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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