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이례적인 판결지연으로 사회적 관심을 모아온 현대미포조선 해고자 김석진씨(45)가 대법원 앞에서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며 두 달여 동안 1인 시위를 벌였으나 결국 복직판결을 받지 못한 채 귀향하기로 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씨가 마지막 1인시위를 벌인 28일은 김씨의 해고무효소송 상고심을 맡아온 변재승 주심 대법관의 퇴임식이 있는 날이었다. 김씨는 대법관이 바뀔 경우 판결이 또 연기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조속한 판결을 촉구해왔으나 결국 판결은 다른 대법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대법관이 바뀌면 최종 판결까지 다시 2~3개월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석진씨는 97년 노조활동을 하다 해고당한 뒤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승소했으나 회사가 2002년 2월 대법원에 상고, 3년째 대법원 판결만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김씨는 28일 상경시위 기간 동안 주변에서 도와준 노동계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하는 등 서울 생활을 정리했다. 김씨는 이날 “웅장한 대법원 건물 앞에 쓰여 있는 자유, 평등, 정의 글귀를 보면서 대법원의 진정한 권위는 거대한 외형이 아니라 자유, 평등,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대법원의 현명하고 올바른 판결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씨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국회 법사위에서 제기된 의혹 때문이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23일 “김석진씨가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현대미포조선이 상고심 진행 도중 대법관 출신 변호인을 선임하면서 장기간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씨는 대법원의 재판 소식을 기대하며 가족이 있는 울산으로 내려갔다. 현대미포조선 사장은 지난해 국감때 김씨의 복직여부에 대해 “대법원 판결에 따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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