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되었다. 각계각층에서 이런 저런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잃어버린 2년’이었다는 한나라당의 평가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었다는 식의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2년을 평가하면서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탈권위주의’라 할 것이다. 탈권위주의는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고 실현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권위주의는 국민을 위한 다양한 정책 발상은 물론,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출도 가로막기 때문이다. 

기나긴 군부독재 시기를 거치면서 형성된 권위주의적 문화와 정치행태가 뼛속 깊이 배어 있는 수구-보수 세력들이 아직도 정관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 함께 등장한 386 세력 등 신진 정치세력들에 대해 악의에 찬 참주선동을 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노무현 정부 들어 본격화된 탈권주위주의라는 시대 물결에 휩쓸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고, 사라져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노무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대대적인 국가(정부)혁신과 정치문화 혁신 등을 통해 정관계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천을 지속해야만 한다. 관료정치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등의 소리가 정부 내부에서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민사회 내 수구-보수 세력들의 조직화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이 개혁지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없게끔 하는 보다 의식적인 권위주의 청산 프로그램의 가동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젠가 참여정부가 “새 시대의 첫 차인줄 알았는데, 구시대의 막차더라”는 말을 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가 구시대의 막차라면 새 시대의 첫 차가 순조롭게 운행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어야 한다. 새로운 진보정치 세력들이 자리를 잡기 위한 정치사회적 여건을 조성해줘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부여받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정치 세력들이 자리를 잡아야만 탈권위주의도 완성될 뿐더러,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국가전략 수립을 위한 이념과 정책을 중심에 둔 정치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서만 한나라당을 위시로 하는 냉전 수구세력과 불필요한 소모전을 치르는 데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나라당과의 정쟁을 위주로 한 정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의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에도 노무현 정부는 정치의 주전선을 진보정치 세력과의 건전한 경쟁관계로 이동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노무현 정부는 탈권위주의 완성이라는 과제 외에 빈곤 해소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의제도 주요 정치의제로 설정해야 한다. 이는 다수 국민들의 요구이기도 한데, 그럴 경우 진보정치세력과의 이념·정책적 경쟁은 물론, 문제해결을 위한 협력도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나라당과 같은 냉전 수구세력들을 고립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빈자의 지지를 부자의 이익을 지켜내는 데 이용하는 한나라당이 더 이상 설 땅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무현 정부가 향후 주목해야 할 것은 평화 문제이다. 노무현 정부는 평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이라크에 파병을 해 미국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노무현 정부였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협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는 이제 진보정치세력과 함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치사회적 기반 확장에 힘을 쏟아야 한다. 빈곤해소와 평화, 이것이야말로 노무현 정부가 임기 를 마칠 때 긍정과 부정이 혼재되어 있는 평가가 아닌, 긍정으로만 채워지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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