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에서 비정규법안이 강행 처리될 조짐을 보이자 양대노총이 즉각적인 총파업과 노사정위 탈퇴, 모든 대화창구 철수를 경고하는 등 정치권과 노동계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 '강행처리'시 즉각 총파업 =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민주노동당 회의실에서 긴급 투쟁본부 대표자회의를 열어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비정규법안이 통과된다면 24일 오전 8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0월 비정규법안 저지를 위한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면서, 법안심사소위에서 비정규법안이 본격 논의되는 시점에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이미 결정한 바 있다.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총파업 방침을 밝혔다. 강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비록 힘든 상황이지만 위기가 닥친다면 조직적 결집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사회적 교섭안을 즉각 폐기하고 전면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다음달 15일로 예정됐던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일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비정규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회적 교섭안 폐기’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비정규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회적 대화 노력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사회적 교섭안건도 폐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각 정당에 총파업 계획과 함께 노동계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비정규법안을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입장을 전달했다.
 

강 부위원장은 “국회가 이러한 노동계 입장을 감안해 법안 처리 강행을 즉각 중단하길 바라지만 이후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국회와 정부의 책임”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은 국회 앞에서 수도권 간부 5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비정규법안 저지 결의대회를 열었으며 지역본부별로 각 지방 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갖는 등 본격적인 거리투쟁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이제 이른바 ‘비정규보호법’이라는 선전논리만 기만적으로 남아있을 뿐,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하고 차별해소는 실효성이 없으며 비정규직의 노동권을 부정하는 내용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또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개악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을 뿐, 불법파견으로 판정하고도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불법파견 업체 처벌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며 노동부장관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 한국노총 "노사정위 탈퇴, 대화 중단" =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도 같은 날 경기지역본부 대의원대회에서 “국회가 비정규직 법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노사정위 탈퇴와 함께 대정부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서울로 올라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정규법안이 통과될 경우 모든 대화 창구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즉, 노사정위 탈퇴를 비롯해 지역노사정위 철수, 일자리만들기위원회 등 60여개 각종 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것.

이용득 위원장은 “그동안 비정규법안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재논의할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설득해 왔다”며 “그러나 당정이 이를 무시하고 법안을 강행처리하려고 하는 만큼, 더 이상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용득 위원장은 또 “전면적인 대화 거부와 함께 올 임단협 시기를 앞당겨 총파업을 조직할 것”이라며 “노동자를 무시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총력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 총파업 돌입 초읽기 = 이에 따라 양대노총의 대정치권 투쟁은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판가름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법안심사소위 통과 즉시 파업지침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연맹인 금속연맹은 같은 날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총파업을 적극 조직하기로 결의했다. 현대차노조와 금속노조 고위간부는 이날 “총연맹 방침에 따라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실제 파업지침이 내려질 경우 10만명 안팎의 파업동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는 밤샘농성 태세를 갖추고 법안심사소위 통과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총파업에 돌입하게 될 경우 24일 오전 11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갖고 오후 1시 국회 앞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도 이날 오후 12시30분께 국회에서 이경재 환노위원장 및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 등을 만나 ‘노사정위 탈퇴’ 등 한국노총의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노총 조직본부와 비정규실 등 간부들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의원단과 함께 법안심사소위가 열리는 회의실 점거농성에 합류했다.

한편 비정규노동법공대위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24일 오전 11시에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정부의 비정규법안 철회를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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