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조합원들 법감정 '악화'…사용자측에서 악용해 파행교섭 원인되기도

민주노총은 24일 오후 서울 종로성당에서 병원, 한국통신, 지하철 등 이른바 공익사업장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온 노동조합법상 직권중재제도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합리적 해법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주요 발표 내용을 요약했다. <편집자 주>

직권중재조항 무엇이 문제인가 - 배종배 민주노총 부위원장

현행 직권중재제도는 사실상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박탈하기 위한 제도이다. 필수공익사업의 경우 노동위원회에서 강제중재회부결정을 하면, 그날로부터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실제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조정을 신청하면 거의 100%가 특별조정위원회를 거쳐 중재에 회부된다. 결국 조정기간 15일, 중재기간 15일 동안 쟁의행위가 금지될 뿐만 아니라 중재재정이 내려지면 그 이후에는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단체행동권의 일정한 제한이 아니라 분명한 박탈인 것이다.

또 직권중재제도는 헌법상 권리를 법률적 판단도 아닌 행정심판에 맡겨 놓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현재 강제중재회부 결정 여부와 중재위원회의 중재재정 여부의 결정 과정에는 노동자들이 전혀 관여할 수 없으며, 완전히 행정재량에 맡겨져 있다. 하지만 행정관청인 노동위원회의 판단여하에 따라 단체행동권이 허용되거나 금지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다.

이런 현행 직권중재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 필수공익사업 대상을 일반공익사업 범위로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당 노조의 쟁의가 국민경제 전체와 국민의 일상생활을 결정적으로 위태롭게 할 위험이 객관적으로 증명될 경우에도 긴급조정제도를 활용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 현장에서 본 직권중재 제도의 문제점 - 유병홍 공공연맹 정책실장

필수공익사업장인 서울지하철 노조의 경우 지난 89년부터 모두 세차례 파업을 벌였는데, 모두 조정신청이 이뤄진 상태에서 진행돼, 이른바 '불법' 파업으로 낙인찍혀 많은 구속자를 양산했다.

필수공익사업장의 사용자들은 이런 직권중재조항을 무기로 적극 활용해 교섭에도 불성실하게 임하고 있다.

노조가 중재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파업에 들어가는 이유는 먼저, 직권중재제도 자체가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중재재정의 결과가 중립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직권중재를 무시한 노조의 파업을 평조합원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조합원들도 중재의 내용이 아니라 중재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법의 위헌성 여부 이전에 법 적용대상자의 법 감정이 법을 전면 수용하지 못한다면, 그 법은 이미 실효성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

■ 직권중재제도 철폐를 요구하는 10가지 이유 -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

우선, 직권중재제도는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위헌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96년 헌법재판소도 다수의견(5:4)이 직권중재조항이 위헌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ILO 규약에도 배치되는 독소조항이다. 국제적 수준에 맞는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직권중재제도는 사용자들의 불성실 교섭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사례에서 보듯 병원사용자들은 직권중재제도를 최고의 무기로 활용하는 교섭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또 병원산업에 잘못된 노사문화를 정착시킨 주범이다. 노조 파업에 대한 불법 낙인과 고소고발, 이에 따른 노조간부 구속, 공권력 투입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늘 노조에게 불리하게 작용해 현장에서는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진 지 오래다.

사실 그동안 파업 과정을 보면 병원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될 이유가 없다. 노조 스스로 응급실에 최소인력을 배치하는 등 노력해왔다. 이를 봐도 직권중재 조항을 없애면 노조가 '툭하면' 파업할 것이란 주장은 과장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