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이 모이는 날 즐거운 저녁, 어른들끼리 모여서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새벽임에도 자지 않고 자기 아버지를 응원하고 있었다. “아빠! 똥 먹어. 똥”, “아빠 그냥 죽어. 이번판 어쩔 수 없어.”, “아~쌌다” 옆에서 보던 삼촌이 한마디 한다. “이녀석. 아버지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그제서야 아들은 말길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버님, 변 드시지요.” “아버님, 이제 그만 작고 하시지요.” “아버님, 배설하셨습니다.”

고스톱 문화에 대한 우스개 소리다. 그러나 현재 명절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고스톱이라고 한다면 이는 쉽게 웃어넘길 수 있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명절이면 으레 대부분의 가정에서 온 가족, 친척들이 오순도순 모여앉아 화투 패를 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설의 대표적인 민속놀이였던 ‘윷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온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민족 고유명절인 설날에 즐길 수 있는 놀이가 정녕 화투밖에 없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찾아보면 전통 민속놀이인 윷놀이를 비롯 최근 유행하고 있는 보드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놀이들이 즐비하다. 이번 설에는 과감히 화투를 집어던지고 이런 놀이들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윷놀이

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윷놀이일 것이다. 윷놀이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해오는 전통 민속놀이로 윷과 말판, 말, 깔개만 있으면 즐길 수 있다.

윷놀이를 하기전에 아이들에게 윷놀이의 유래 등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역사 공부까지 할 수있는 일석이조의 놀이가 될 수 있다. 윷놀이는 부여시대에 5가지 가축을 5부락에 나눠 그 가축들을 경쟁적으로 번식시킬 목적에서 비롯된 놀이라고 알려진다. 따라서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가리킨다.

기본적인 놀이 방법은 먼저 말판<그림>을 펴 놓고 편을 가른 뒤, 윷을 던져서 순서를 정한다. 순서대로 윷을 던져 나온 순서대로 말을 움직이면 되는 놀이로, 말 4개 모두가 먼저 말판 밖으로 나오는 편이 이기는 놀이이다.

인원수의 제약을 받지 않는 놀이인데다가 특별히 어려운 규칙도 없어서 어른이나 아이가 두루 즐길 수 있는 놀이이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즐길 수 있는 가장 친근한 놀이가 아닐까 싶다.

제기 차기

특별한 준비물 없이 제기 하나만 있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데다, 활동성을 요하는 놀이라 추위를 쫓는데 일품이다. 방안에만 있는 게 답답하다면 잠깐 마루에 나와 옛추억에 젖으며 제기를 차보는 것도 좋겠다.

발을 땅에 한 번씩 딛고 차는 '맨제기'와 제기를 차는 발을 바닥에 딛지 않고 계속 차는 '헐렁이', 양발을 바꿔가며 차는 '쌍발차기' 등이 있다. 개인별 놀이이기 때문에 가장 적게 찬 사람에게 벌칙을 주거나 가장 많이 찬 사람에게 포상을 주는 등 다양한 규칙을 정할 수 있으니 '심부름 시키기', '안마 해주기' 등 다양한 규칙을 만들어보자.


투호놀이

투호놀이는 고려시대 때부터 궁중이나 양반집에서 손님 접대용으로 해오던 놀이이다. 원래 투호놀이는 편을 갈라 항아리에 화살을 던져서 많이 던지는 쪽이 이기는 놀이이다. 그러나 항아리 대신 꽃병이나 적당한 용기를 이용할 수 있고, 화살 대신 나무젓가락이나 구슬, 조약돌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적당한 용기를 세워놓고, 보통 1.5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물건을 던지는데, 한사람이 열두개씩 던질 수 있다. 한 개당 10점씩 120점 만점이며,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사람이 이기는 놀이이다.

부루마불

부루마불<사진>은 국내 최초의 보드게임으로 지난 82년 첫 출시돼 당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최근 보드게임이 유행하면서 다시 부루마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문구점에서도 흔히 구할 수 있는 게임이다.


기본적인 놀이 방법은 2개의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의 합만큼 게임판 위의 말을 움직여 그 칸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면 된다.

도착하는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지어 임대료를 받는 등 재산증식형 게임으로 승자는 파산하지 않고 끝까지 남은 1명이 된다. 걸리면 게임을 3번 쉬어야 하는 무인도, 주사위를 던지는 것과 상관없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우주여행, 카드에 적힌 내용을 실행해야 하는 황금카드 열쇠 등 다양한 게임의 법칙이 있다.

3명에서 6명 정도가 하기에 적당한 게임으로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경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때그때 임대료 등을 계산해야 하므로 빠른 암산 능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 아이들이 있다면 산수 공부를 시킬 목적으로 게임을 주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또 부루마불에 들어있는 화폐로 다른 게임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배팅이 필요한 카드 놀이 등에 진짜 현금 대신 게임용 화폐를 쓰는 것.

피트

새벽시장에서 상인들이 경매를 하듯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곡물 카드를 한가지 곡물 카드로 만들기 위해 일종의 경매를 벌이는 게임이다. 원래 곡물 그림이 그려진 곡물 카드를 가지고 게임을 진행해야 하지만 두꺼운 도화지 등에 각기 다른 그림을 그려 진행할 수 있다. 곡물의 종류는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그리며, 한 곡물은 9가지의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각자 9장씩의 카드를 가지고 게임을 시작한다. 특별히 정해진 순서는 없으며 각자 원하는 숫자(하나, 둘, 셋)를 불러 자신과 동일한 숫자를 부른 사람과 카드를 교환하는 게임이다. 똑같은 곡물 그림 9장을 가장 먼저 모으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이때 주의할 것은 교환하고자 하는 카드가 동일한 그림이어야 한다는 것. 단순한 게임이지만 스피드와 순발력을 요해서 온 방안이 왁자해 질 수 있는 게임이다.

옛날 옛적에

제시된 카드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임이다. 종이를 똑같은 크기로 여러 장 준비해 카드를 만든다. 각 카드마다 각기 다른 단어를 적고, 종이를 섞어 순서를 정해 카드 한 장씩을 펼친다. 펼친 이가 카드에 적힌 단어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며, 다음 사람이 역시 카드를 뒤집어 카드에 적힌 단어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된다. 엉성한 이야기구조가 배꼽을 쥐게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전통문화체험

집안에서 즐기는 놀이외에 집밖으로 나와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8일부터 10일까지 경복궁, 창덕궁·창경궁, 선정릉 등 사적지 22곳이 무료로 개방된다. 특히 이들 22곳에서는 윷놀이와 널뛰기, 팽이치기 등 전통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다. 또 국립민속박물관은 북청 사자놀음, 풍물공연 등을 시연하며 남산골 한옥마을은 전통타악기 합주 공연 등을 펼칠 예정이다.

위에서 소개했듯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전통 민속놀이나 보드게임 등을 이용, 화투 일색이던 명절 문화를 다양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아이들이 화투 만지는 걸 꺼려하면서도 저녁 무렵이 되면 슬그머니 화투판을 벌였다면, 이번에는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 등을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 싶다. PC 게임 등에만 빠져있던 아이들에게 윷놀이 등의 전통 민속놀이의 즐거움을 체험해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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