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31일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비정규법안과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로드맵) 처리 방향에 의견을 모은 것은 “두 사안을 일정에 따라 처리 하겠다”는 당정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정은 이날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해찬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 산자위 및 환노위 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비정규법안 2월 임시국회 처리 방침을 재확인하는 한편 ‘로드맵’을 조속한 시일 안에 입법한다는데 입장을 정리했다.

정부는 노사의 입장과 달리, 지난해 9월 발표한 비정규법안이 ‘보호와 유연화’가 적절히 조화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며 정부 법안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정부는 “법 시행으로 불합리한 차별이 시정되면 전체적으로 비정규직 임금이 약 10~20% 정도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긍정적인 면을 최대한 부각시켰다. 여당도 정부 법안에 큰 방향에서 동의하고 있으며 다만 파견 전면 확대, 차별시정 조치의 실효성 등 일부 내용을 보완하면 크게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당정은 간담회를 통해 이러한 기본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법안 심의 과정에서 노사의 입장을 듣겠다지만 큰 골격에서는 그대로 ‘밀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당정은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간담회에서 산자부는 경영계 입장을 담아 ‘로드맵’에도 없는 “정리해고 요건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조항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논의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일 뿐,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정리해고 완화, 복수노조, 전임자 등 30여개 제도개선 내용이 담긴 ‘로드맵’은 노사정위에 넘겨져 있는 만큼, 절차상으로 일단 노·사·정 논의를 거쳐야 하는 등 정부 일방으로 처리하기는 곤란한 상태다.

하지만 노사정위 논의시한이 오는 9월까지 예정돼 있어 이때까지 ‘합의된 것은 입법화, 미합의 사안은 정부 이송’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어 , 민감한 쟁점에 대해서는 하반기 정부 주도로 입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의 반발 수위와 여야 대립 등 정치상황이 두 사안을 둘러싼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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