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해서 상영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31일 오후 법원으로부터 일부 장면 삭제 명령을 받은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임상수 감독이 "소송 당사자가 아닌 감독의 입장에서 의견을 밝힌다"며 "삭제 없이 만든 그대로 상영됐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사실 지금까지 환멸 없이 이 사회를 살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인 소회로 약간의 환멸감을 느낀다"라고 털어놓은 뒤 "일부 보수언론의 십자포화로 나 같은 꼬마감독만 폭격을 당하는 셈"이라며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때 그사람들'은 한국 영화 최초로 10·26 사태를 소재로 다룬 영화로, 지난 11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가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바 있으며 이날 법원은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해 부마항쟁 시위 장면, 박 대통령이 사망한 뒤 김수환 추기경이 추모하는 장면, 박 대통령의 장례식 다큐멘터리 장면 등 세 장면을 삭제하라며 조건부 상영 결정을 내렸다.
   
한편 제작사 MK픽쳐스는 일단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음은 임 감독과의 일문 일답.
   
-결정 소식을 전해들었나.
▲결정문을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변호사를 통해서 전해들었다. 나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며 그런 것을 전제로 해서 결정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감독의 입장에서 만든 대로 온전히 상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도 감독의 입장에서 법원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개인적인 소회로 약간 환멸감을 느낀다. 사실 환멸 없이 이 사회를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웃음) 혼란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제작사에는 어떤 의견을 밝힐 예정인가.
▲전화로 내 입장을 다 밝혔다. 삭제해서 상영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6개월이 걸리더라도 만든 그대로 상영됐으면 한다.
 
-첫 시사회 후 이런 결정을 예상했었나.
▲일부 보수 신문들을 보고 그들이 '기사를 통해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주려고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이런 결정이 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언론에서는 이 영화를 다른 사안들과 묶어 '박정희 죽이기'라는 이름으로 비판해 왔다.
▲이번 일의 최고의 수혜자는 노무현 대통령인 듯하다. 보수언론의 십자포화에 나 같은 꼬마 감독만 포격을 당하는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