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서울시가 지난 24일부터 이달 말까지 아동복지시설 어린이 2000여 명을 과천 서울대공원에 초청하는 ‘특별한 동물원 나들이’ 행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행사 첫 날인 24일 이명박 시장이 참여하면서 비롯됐다.
이날 행사에 초청된 어린이들은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바깥에 모여 “시장님 사랑해요”를 연습하는가 하면, 이 시장의 일정에 맞추느라 구경하고 싶은 볼거리마저 대충 지나쳐야만 했다. 사진 기자들과 서울시 관계자들의 요구에 의해 몇몇 어린이들은 이 시장의 배경노롯만 해야 하기도 했다.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나들이’에 이명박 시장이 ‘등장’함으로써 정작 어린이들이 고통받는 상황이 불거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공원측이 작성한 ‘복지재단 초청 어린이 관람 계획’ 문서<사진>를 입수한 <디지털말>(www.digitalmal.com)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행사가 복지시설 어린이를 위한 것이 아닌, 이명박 서울 시장을 위한 행사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다.
<디지털말>은 “이 문서에는 ‘시장님’이라는 단어가 무려 30번 이상 등장한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동선에 따라 ‘시장님과 식사할 어린이 사전선정, 시장님 도착 전까지 돌고래쇼장 전원 사전대기, 시장님이 기다리시지 않게 버스 승차 유도’ 등 온통 이명박 시장의 동선에 맞게 어린이들의 일정이 짜 맞춰져 있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시장님과 함께 식사하는 조에 편성된 구세군 후생원과 혜심원 어린이 등 62명은, 200만 평이 넘는 서울대공원 시설 중에서 단지 5곳만 구경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취재기자들 중 일부는 “이 행사는 안 쓰는 게(기사를 작성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일인 것 같다”며 뼈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으나 대부분 기사는 이명박 시장의 ‘서울대공원 나들이’를 소개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나들이를 특별하게 망쳐버린, ‘특별시장님’의 행보가 한동안 구설수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