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9년째 하고 있는데 회사 관례상 결혼을 앞두고 사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희 회사에는 노조도 없어 여직원들은 결혼을 하면 사직서를 제출하고 그만둬야 했습니다. 본사에서 사직을 요구할 경우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십시오.”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결혼, 임신, 출산 등 남녀차별의 결과로 행해진 해고는 '부당'하다. 관행상 회사에서 출산을 이유로 사직서를 쓰게 했다면 더욱 그렇다. 이 때 대응 방법은 사직서를 쓰지 않고 견디는 것밖에 없다.

모성보호 강화와 직장 가정 양립실현을 위해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상의 여성노동 관련 규정이 개정된 지 3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노동현장에서는 이 같은 법과 제도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총이 지난 한 해 동안 한국노총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상담을 모아 24일 발간한 ‘2004년도 고용평등상담 사례집’에 따르면 이 같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재대로 항의하지도 못하고 쫓겨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는 정규직 모집공고를 보고 입사했기 때문에 정규직인 줄 알았습니다. 출산예정일은 12월24일이구요. 11월말을 기준으로 출산휴가를 내려고 하였으나 회사에서는 10월27일 연봉계약 만료통지서를 내용증명으로 집에 발송하였습니다.”

이 같은 상담내용을 한 여성은 결국 사직서를 내고 퇴사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노동자에게 90일의 산전후휴가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사직서를 강요하는 사용자에게 이를 끝까지 주장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임금차별에 대한 문의도 높다. 경력 5년째, 37세의 여성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상담자는 “똑같은 일을 해도 남녀 임금에 차이가 나 일할 의욕이 없다”며 “하루 10시간 꼬박 근무하는 저는 80만원을 받는데 신입사원인 남자직원은 20만원을 더 받고 있는가 하며 학자금과 가족수당도 남자에게만 나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남녀평등고용법에서는,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내의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특히 학자금과 가족수당이 남성에게만 지급된다면 이는 명백한 임금차별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아르바이트 여학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한 여학생은 “저와 똑같은 일을 하는 남자대학생들은 저보다 시간당 900원을 더 받습니다. 점장에게 항의했더니 남자들은 다른 힘든 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제가 볼때는 언제나 같은 일을 합니다. 가게가 문을 닫으면 청소도 분담해서 합니다”라며 아르바이트 학생에게도 남녀차별이 존재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한국노총 한 관계자는 “상담결과에서도 나타나듯이 아직도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부당한 성적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산전후휴가급여 전액을 사회보험화 함으로써 모성보호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한편, 사용자의 부담을 완화해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방지하는 활동에 더욱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화상담 48건, 인터넷상담 100건 등 총 148건이 소개돼 있는 이번 책자는 한국노총 여성국(02-715-9037)을 통해 배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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