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년을 막 넘어선 전국여성노조가 나지현(44) 새 위원장을 맞았다.

99년 8월 출범해 5년여 동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조직화에 앞장 섰던 여성노조가 지난 16일 나지현 신임위원장을 선출하고 제2의 도약에 나선 것. 최상림 전 위원장은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철순 대표가 떠난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나지현 신임위원장을 지난 19일 서울 합정동 노조사무실에서 만났다.

“출마 배경이요? 복잡하지 않아요. 그동안 워낙 최상림 전 위원장이 잘해 왔고요. 신임위원장에 대해서는 지부장을 역임한 사람 중에 찾다보니 제가 추천받게 된 거죠.”


오랫동안 인천지역에서 노동운동

순간, '강단' 있고 ‘시원털털’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팍’ 왔다. 나 위원장은 여성노조 인천지부장이자 부위원장으로 오랫동안 인천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해온 녹록치 않은 경력의 소유자. 태연물산노조, 인천지역노조협의회,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인천노동연구원, 인천실업본부를 거쳐 99년부터 여성노조에 몸담아왔다.

여성노동자의 70%는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각종 차별에 시달린다. 임금, 노동조건, 모성보호, 노동자성(특수고용직) 등에서 차별 아닌 것이 없다. 여성노조 역시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뜨거워질 정부의 비정규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그들의 고민이 궁금했다. 현장에서 이중삼중의 차별을 받고 있는 여성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이고,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독립'노조이기 때문이다.

“정부 비정규법안, 정말 심각하지요. 특히 간접고용, 특수고용은 더욱 심합니다. 파견확대는 단연코 반대합니다. 사용사업주 책임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나 위원장은 비정규직여성에 대한 중간착취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여성노동자가 대체가능한 직종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파견에 더 노출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는 것.

하지만 기간제법안의 경우 조금 다른 현실적인 고민이 엿보였다. 그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기간제의 반복갱신을 규제하고 차별금지및차별구제 등에 대해서 “비정규직의 입장에선 차별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조직화 가능성과 정규직 전환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다소 개선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이같은 고민이 앞으로 비정규법안을 둘러싼 논의에서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여성친화적 조직화 모델’ 여전히 유효

하지만 그는 여성노조의 조직적 입장은 명백히 정부의 비정규법안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양대노총, 시민사회단체 등과의 연대투쟁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올해 여성노조는 지난 5년여의 성과를 바탕으로 법·제도투쟁은 물론 조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란다. 나 위원장은 노사정위의 특수고용특위 논의가 6개월 연장된 것에 대해 “노동법을 통한 권리보장을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이라고 비난하면서, 노동3권, 노조법상 노동자성, 4대보험 적용 등을 위해 특수고용노동자 노동법 적용을 위한 입법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비정규직, 골프장 경기보조원, 공공부문 청소용역노동자, 특수고용직 조직화에도 더욱 힘을 쏟을 예정이란다.

이와 함께 전·현직 위원장이 나란히 대표를 맡고 있는 한여노협과 여성노조간의 공조는 앞으로 더욱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나 위원장은 “두 조직간 관계가 그러했듯이 이후에도 여성노조는 현장에 기반한 대중조직으로서, 한여노협은 정책과 여론생산 등 지원 조직으로서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며 특히 복지확대, 일자리창출, 여성빈곤화 해소 등을 위한 역할을 강조했다.

여성노조는 지난해 8월로 창립 5주년을 맞았다. '여성노조'라는 모델은 여전히 유효한가? 나 위원장으로부터 여성노조의 전망을 들었다.

“결론적으로 여전히 ‘유효’합니다. 여성노조는 ‘여성친화적 조직화 모델’을 통해 보호받지 못해 온 다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 친근하게 접근하고 이들을 주체로 세워 조직화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여전히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노동자에게 유효하다고 봅니다. 여성노조는 최선을 다해 그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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