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지난 반년 동안 노동자와 서민의 고통을 제대로 해결해내지 못했다며 국민들에게 사죄했다.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는 20일 오전 10시 당사에서 신년기자회견<사진>을 열고 “민주노동당이 상정한 60여 개의 민생법안이 대부분 처리되지 못한 점과 민생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민주노동당의 역사에 있어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민주노동당은 작년 가을 사회적 약자 보호 예산을 5000억 원 가량 증액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지만, 보수 여야당은 민주노동당을 배제한 가운데 지역개발 예산 나누어먹기에만 몰두했다”며 “만약 보수 여야당이 민주노동당의 주장에 조금이라도 귀기울였다면 아픈 어린아이가 굶어죽고, 건빵 도시락에 목메고, 비정규 노동자들이 자살하는 일이 속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17대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국민의 여망에 부응치 못하는 것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밀실협상을 보장하는 원내교섭단체 제도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원내교섭단체인 두 당만이 법률과 예산을 조정하고, 심지어는 국회에서의 발언권마저 좌지우지하는 원내교섭단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노동당 신년 기자회견의 초점은 ‘빈곤문제 해결’에 맞춰졌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노인과 아동 복지 확대/남북정상회담 성사 기여 등을 골자로 하는 이번 회견을 통해 민주노동당은 빈곤·민생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은 ‘서민 생활을 위한 추경예산 1조 2천억 원 편성’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국채 발행’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재원마련 대책과 관련 “국민의 교육 의료권 확대와 빈곤층 보호를 위해 1조 2천억 정도의 돈이 당장 풀려야 한다”며 “금년에 배정된 예산 중 관공서운영비 특수활동비와 같은 것을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새만금과 같은 난개발사업을 중지하는 것만으로도 예산을 서민 복지에 돌려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어 비정규직 문제의 대안에 대해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수준으로 올리는 데에 26조 원 가량이 들지만, 정부가 부실금융기관에 쏟아부은 공적자금 160조원에 비하면 약소한 수준”이라며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고, 정부 산하기관과 금융기관, 비정규직 저임금의 실질적 수혜자인 대기업, 이미 기금 조성 의사를 밝힌 노동조합 등이 국채를 약정 구매하여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같은 주장과 함께 2005년도 추가경정 예산안·재원 조달 방향/대안적 빈곤정책 방향/비정규직 정규직화의 기대 효과 등이 담긴 자료를 제출했다.
 
이밖에 김 대표는 한반도 긴장해소와 통일을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며 “당은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용의와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에게는 “빈곤해소가 국정제일의 목표가 돼야 한다”며 “빈부격차 해소는 분배를 통한 성장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이 제안하고 한나라당이 수용하기로 한 ‘선진사회협약’에 대해 김 대표는 찬반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합의사항을 이행할 수 있는 장치마련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서민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나라가 산다. 분배를 통한 성장, 서민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민주노동당은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연설을 맺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법 '국채 발행' 등장
"해마다 100만명씩 정규직 전환"…생산성 향상, 사회적 연대 등 고려한 제안
국채를 발행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유도하자는 민주노동당의 제안이 나왔다.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는 20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데는 정부와 경제단체(경총) 주장으로도 19조원에서 26조원이 든다”며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고 정부 산하기관과 금융기관, 대기업, 노조 등이 국채를 약정 구매해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대표는 “대부분의 비정규직을 쓰고 있는 중소기업에 이 돈을 대출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유도하고,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풀고 생산성을 진작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앞으로 몇 년에 걸쳐 1년에 100만명 가량씩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며 “경제를 살리는 가장 큰 열쇠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자리와 벌이를 안정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민주노동당의 제안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통해 비용 이상의 이득이 발생한다는 자체 분석을 근거로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종석 정책연구원은 이날 추가설명에서 “정규직 전환에 따른 소비와 부가가치 증대효과가 12조원에 이르고 노동생산성이 2%만 상승해도 비용부담을 제한 6조원의 사회적 순익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주대환 정책위 의장은 국채발행이 국민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는 OECD 가입 국가들 중에서 국채 비율이 낮은 편이므로 충분히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같은 국채발행 방식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정규직 전환의 경제적 순기능과 연대 필요성을 함께 고려한 아이디어로 제출된 것으로 이해되지만,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국가와 사회가 대신 해결해주면 된다는 뜻으로 오해될 소지도 있고 국채발행의 현실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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