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우리 고용직들 중에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유산까지 한 조합원과, 조기 출산하는 조합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심한 우울증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조합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김은미 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 강원지부장이 경찰청장에게 보낸 편지 중 한 대목이다. 허준영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지난 14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고용직공무원에 대한 부당한 직권면직 철회 및 고용안정보장 촉구 결의대회’에서는 2통의 편지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14일, 단식 25일째에 접어든 김은미 지부장이 지난 7일 경찰청 홈페이지 ‘경찰청장과의 대화’에 띄운 편지 한통과 박아무개 조합원이 같은 경찰서에서 일했던 의무경찰로부터 받은 편지 한 통이 그것이다.

김은미 지부장은 “온몸에 독기가 퍼져 두드러기식 붉은 반점에 의한 가려움증을 정말 참을 수가 없어서” 찾아간 병원에서 빨리 밥을 먹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나와 내 고용직 동지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든 참고 버텨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고백했다.
 
또 무작정 상경하신 어머니를 만나지도 않고 그냥 내려보냈다며 삭발과 단식으로 수척해진 모습을 보면 밤낮으로 잠도 못 자고 걱정하실 것 같아 만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군대를 제대한 동생과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자던 가족의 권유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밝혔다.

한 경찰서의 의무경찰이 박아무개 조합원에게 보낸 편지에는 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어느덧 한 달이 지나가는구나. 그 한 달 동안 제식구 내쫓으며 온갖 방해와 탄압으로 일관된 행동을 하는 경찰 조직의 권의주의와 편협한 사고에 한때나마 혹은 의무경찰 전우회 활동을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던 경찰 조직에 또다른 절망과 배반을 느껴본다. 내가 이러하니 넌들 어떻겠니?” 이어 “파출소 한켠에서 직원들의 식사 준비, 담배 심부름에, 또는 남자들도 꺼려하는 화장실 청소를 앳된 얼굴로 묵묵히 해오던 너, 상업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로 여순경들과는 동등한 대우를 떠나서라도 연일 이어지는 명령조의 지시를 묵묵히 해오던 너인데 사기업도 아닌 경찰 조직에서 이런 X같은 행위를 한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구나”라고 한탄했다.

두 편지가 소개되자 집회 참가자들은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편지를 읽는 본인들도 울먹이기는 마찬가지.



농성장에서 조합원들이 끓여먹던 라면의 국물 한 모금이라도 먹고 싶었다던 김 지부장은 “제가 존경하는 우리 과장님 얼마남지 않은 정년까지 모시고 싶습니다. 정말 나중에 시집이라도 가게 되면 주례 서 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인덕 있으시고, 인간미가 풍부한 분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런 분 또다시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며 “우리 고용직들 현장에 가면 열심히 일할 겁니다. 열심히 일해서 내 가정도 지키고 거듭 노력하는 자세로 인정받으며 살겁니다”고 밝혔다.

이날은 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가 민주노동당 거점농성을 시작한지 30일째가 되던 날이었다. “2살난 딸아이가 내 얼굴을 몰라볼까봐 걱정된다”면서 눈물을 쏟던 한 조합원의 절규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긴 투쟁이다. 그러나 그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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