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이 새 주인을 맞게 됐다. 주인공은 영국계 스탠다드차터드은행(SCB). 한미은행을 인수한 씨티그룹에 이어 SCB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은행시장은 토종은행들과 외국계 은행들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10일 오후 SCB는 서울파이낸스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일은행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인수가격은 주당 1만6,511원, 총 3조4천억원(33억달러)으로 전액 원화 현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제일은행의 2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역시 SCB가 제일은행 지분 100%를 인수키로 계약을 체결했음을 밝혔다. 인수대금은 약 20억달러 규모의 신주발행과 SCB의 자체자금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1위은행에서 외환위기를 겪으며 부실은행으로 전락, 지난 1999년 12월 미국계 펀드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된 제일은행은 홍콩샹하이은행(HSBC), SCB 등과 매각협상을 벌여오다 5년여만에 결국 SCB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됐다.

당초 시장에는 SCB보다 HSBC의 인수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으나 뉴브리지캐피탈과 매각가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은행 한 관계자는 “뉴브리지의 목표수익률이 25%선인데 HSBC가 제시한 가격은 그에 훨씬 못미친 것 같다”며 “매각가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경쟁입찰까지 실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제일은행을 5천억원에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탈은 지난 5년간 기업금융 부문을 대폭 축소하고 소매금융에 주력,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외국계은행들의 구매의욕을 높이는데 성공, 48.56%의 지분매각을 통해 투입금액의 2배가 넘는 약 1조1,500억원의 차익을 거두게 됐다.

반면 정부는 이번 매각으로 1조7,500억원을 받게 되지만 그간 17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자산매각 등을 통해 회수한 공적자금 10조2천억원을 포함하더라도 약 5조원 가량의 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한편, SCB는 이번 인수로 국내 소매금융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주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영업을 집중하고 있는 SCB는 500여개 지점, 3만여명의 고용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만 그룹 전체 이익의 약 60%를 올리고 있다. 홍콩이 중심거점인 SCB는 한국에서의 영업강화를 꾸준히 강조해 왔으며 이번 인수로 제일은행 자산이 그룹전체의 22%에 다다르게 됐다.
 
한국에는 1800년대 제물포 지점으로 한국에 진출한 SCB는 1910년 일제강점으로 지점을 폐쇄했다 1968년 유럽은행 최초로 다시 서울사무소를 개설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