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iTV)이 지난해 12월 31일 방송을 중단한 이후 재건 움직임과 새로운 사업자 선정 논의가 일고 있다.
   
'공익적 민영방송'을 요구하며 대주주와 대립해온 iTV 노동조합은 올해부터 'iTV 희망조합'으로 이름을 바꾼 뒤 활동을 재개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방송노조협의회 사무실을 사용하며 200여 명의 조합원들이 대외협력과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 
   
'iTV 희망조합'은 1천300만 경기·인천 지역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하루빨리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20일께 제2창사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여기에는 iTV 희망조합을 비롯해 인천·경기 지역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 언론개혁운동 관련단체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훈기 iTV 노조위원장은 "이제는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니었던 간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으며, 새로 만들어질 방송사의 모델에 대해서도 훨씬 유연한 태도로 관련 단체들과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iTV 희망조합은 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퇴직금이 제때(14일 이내) 지급되지 않을 것을 감안해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회사측이 제기한 30억 원 손해배상청구소송과 형사고발, 그리고 노조가 회사측을 상대로 고발한 부당노동행위 등을 서로 취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별 진전이 없는 형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에서는 iTV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5일 태스크포스팀 첫 회의를 갖는다.
   
김평호(단국대)·김승수(전북대)·최영묵(성공회대)·반현(인천대) 교수, 한상혁 변호사, 언론노조의 현상윤 수석부위원장과 한성환 정책실장(iTV 희망조합 파견) 등으로 이뤄진 태스크포스팀은 그동안의 연구와 투쟁 성과 등을 토대로 바람직하면서도 실현가능한 모델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iTV 비조합원과 업무 복귀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재건 모임도 생겨났다. 이들은 'iTV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가칭)를 오는 주말이나 다음주 초에 정식으로 발족시킬 예정이다. 사무실도 인천시청 옆에 마련해놓았다.
   
이들 역시 회사 간부와 노조원 등에도 문호를 개방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공익적 민영방송' 대신 순수한 민영방송 설립을 내세우고 있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김유중 전 iTV 정치팀장은 "회사가 안정되면 얼마든지 투자하겠다는 주주들이 있었음에도 노조가 경직된 태도를 고집해 회사가 문을 닫고 말았다"면서 "순수한 뜻으로 방송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방송사 설립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iTV는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폐업을 결의하고 12월 31일 방송을 중단한 이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오는 12일 주주간담회를 열어 지금까지의 경과를 설명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청산을 결의할 주주총회도 아직 예정되지 않았고 행정소송 제기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방침이 서 있지 않은 상태.
   
서동욱 iTV 경영국장은 "노조와 걸려 있는 소송은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방침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방송위원회도 iTV의 정파(停波) 이후의 대책에 대해 뚜렷한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
   
양한렬 지상파방송부장은 "iTV의 방송 공백을 메우려면 신규 사업자 신청공고를 내고 심사를 거쳐 허가 추천하는 수밖에 없으나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신규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방송권역을 서울지역으로 넓혀 제2의 SBS를 만들어야 한다거나 외주제작 전문채널 설립 논의와 연계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으나 관련 부처나 기관 등과 협의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어 당분간 방송 공백 상태가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음악방송만 흐르고 있는 FM 라디오에 대해서는 허가 유효기간도 남았고 사업성도 있는 만큼 방송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다만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iTV 법인의 이름으로는 하기 어려우므로 허가권을 반납한 뒤 신규 사업자를 조속히 선정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이밖에도 iTV의 2대 주주인 대한제당이 1대 주주로 나선다거나 1980년 동양방송(TBC)을 빼앗겼던 삼성그룹을 비롯해 태광, 온미디어, CJ그룹 등이 투자 의사를 보이고 있다는 등의 미확인 소문이 나돌고 있으나 대부분 실현 가능성이 없다.
   
대한제당이 1대 주주로 나서는 방안은 재허가 추천 거부 이전에 거론되기는  했으나 이제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 방송 사업자는 방송위와 정보통신부의 허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처럼 아무나 인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iTV 재허가 추천 거부에 공동책임이 있는 대주주가 신규 사업자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한 방송법 8조 3항에 따라 대기업과 계열회사(특수관계자 포함)는 지상파방송 겸영이나 지분 소유가 금지되므로 삼성과 CJ는 참여가 원천 봉쇄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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