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은 파업도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은 '조합원 찬반투표에 의한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되지 않으면 파업을 할 수 없다'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41조1항의 입법취지가 노조 민주성을 확보하는 것임을 확인시킨 데 의의가 크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지 않았더라도 이는 노조 내부의 의사형성 과정상의 결함일 뿐 파업에 참여한 인원 등이 비춰보면 그 파업은 조합원 대다수가 찬성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절차상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파업 전 조합원 찬반투표를 명시한 노조법 조항은 "노조 내부의 민주적 운영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법에서 정한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있거나 조합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확보된 경우에는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쟁의행위 절차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대법원은 법에서 정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은 파업은 위법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흥미로운 것은 이 2가지 판결은 당사자만 다를 뿐 모두 98년5월6∼12일 진행된 만도기계노조의 파업을 대상으로 했고, 재판부 역시 주심만 조무제 대법관에서 이용훈 대법관으로 바뀌었을 뿐 동일한 재판부라는 점으로,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2개월여만에 스스로의 입장을 번복한 셈이 됐다.

다만, 만도기계노조 파업 가운데 노동법 개정을 반대하며 벌인 98년5월6일 이전 파업과 고용안정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진행한 98년5월12일 이후 파업에 대해서는 원심인 대전지방법원 항소부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원고의 개인적 사정으로 상고를 하지 않아 판단되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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