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방송(사장 권호경)이 미리 녹음해 제작한 `녹음 뉴스'를 내보내는 등 방송사상 유례없는 파행방송으로 치닫고 있다. 기독교방송은 지난 5일부터 시작된 노동조합(위원장 민경중)의 파업이 2주째를 맞는데도 경영진이 대화와 협상을 일체 중단한 채 뉴스를 녹음해 내보내기까지 하면서 사태를 미봉하고 있다.

이 파업에는 송출과 주조정실 업무에만 최소한의 인력이 순환으로 투입되고 있을 뿐, 7개 지역국 직원을 포함한 215명의 조합원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회사쪽은 이에 따라 서울 보도국의 간부 5명과 비조합원 평기자 3명, 그리고 지난 10월1일 수습 발령을 받은 5명의 신입사원을 총동원해 <연합뉴스> 기사에 100% 의존해 방송을 제작·방송하고 있다. 여기에 기상·교통 리포터들까지 뉴스에 투입하고 있다.

회사는 파업 장기화에 대비했는지 파업 초기부터 방송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녹음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평소 야근 기자들이 맡아오던 5분짜리 밤 11시30분 뉴스를 여성 리포터에게 미리 녹음을 시켜 방송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방송은, 지난 봄 계약직 사원으로 고용돼 저녁 6시 뉴스부터 밤 10시30분 뉴스까지진행하고 있는 이 리포터에게 마지막 뉴스인 밤 11시30분 뉴스를 미리 녹음하게 한 뒤, 시간이 되면 녹음 테잎을 틀어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당연히 뉴스의 내용은10시30분 것과 차이가 거의 없으며, 청취자들은 마치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뉴스인 것으로 알고 듣는 상태다.

`속보성'이 생명인 5분 뉴스를 이처럼 `사전 제작'해 방송하는 것은 상식이하의 행동이라는 게 방송가 안팎의 지적이다. 물론 전체 뉴스에 들어가는 개별꼭지들의 현장 멘트를 위해 미리 녹음·녹화해서 주 진행자의 설명과 맞물려 내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시시각각 벌어지는 사건을 알리는 5분 뉴스를 미리 만들어 방송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기독교방송 노조 관계자는 “파업 첫날부터 녹음뉴스를 내보내는 것은 지난해파업 때와는 달리 간부들이 뉴스의 질이나 청취자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도 갖고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46년 동안 쌓아온 기독교방송 뉴스에 대한신뢰를 하루 아침에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방송사의 관계자들도“차라리 뉴스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몰라도 사전 녹음한 것을 실시간 뉴스인 것처럼 내보내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기독교방송 박남훈 보도국장은 “녹음으로 진행하더라도 간부들이 밤늦게까지 지켜보면서 큰 일이 터지면 즉각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며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1997년 이후 묶여 있는 임금 및 단체 협상의 재개를 요구하는 노조에게 경영진은 18일 현재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어 이번 파업은 쉽사리 끝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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