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의 언론 담당자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마주 앉았다. 양대 노총과 경총, 노동부의 대변인으로서, 노사정의 ‘입노릇’을 해온 사람들이라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좌담 참석자
이수봉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최대열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
류기정 경총 홍보기획본부장
강운경 노동부 공보과장
사회=박영삼 편집국장
정리=김봉석 기자
 

이들은 2004년 언론의 노동문제 보도와 자신들의 여론전을 각각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동시에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는 국민여론에 얼마만큼 귀 기울이고 있으며 여론의 흐름을 얼마나 정확히 읽고 있을까? 아울러 노동언론으로서 <매일노동뉴스>에 대해서는 독자이자 취재원으로서 어떤 생각과 의견을 갖고 있을까?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매일노동뉴스>는 박영삼 편집국장의 사회로 이수봉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최대열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 류기정 경총 홍보기획본부장, 강운경 노동부 공보과장이 참석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노동운동의 언론보도와 여론이 노사관계와 노동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을 표시했으나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서는 극명하게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동계는 특히 광고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성의 주류언론 매체들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언론이 “의도적으로 사실과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한 반면, 경영계는 “노동운동에 비판적인 국민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맞섰다.

사회자 :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노사관계와 노동운동, 노동정책을 둘러싼 여론전이 치열한 한 해였다. 특히 ‘고임금 노동자 이기주의’를 내세운 언론의 공세는 현대자동차노조에서부터 LG정유노조, 지하철노조, 공무원노조의 파업 때마다 파상적으로 이루어졌고, 여기에 대항하는 노동계의 대국민 홍보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정부의 비정규법안 역시 ‘뜨거운’ 뉴스로 신문과 방송을 장식했다. 노사정은 언론이 노동문제를 다루는데 어떤 기여를 했고 어떤 잘못을 했는지 평가하고 있나. 경총은 최근들어 LG칼텍스정유, 코오롱 등의 개별기업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있는데.

류기정 : 대기업 노조에 대해서는 집단 이기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이 아니냐는 국민들의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다. LG정유노조의 경우 우리도 수긍하기 어려운 요구들이 많았다. 그런 것을 정리한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해 여론의 확산속도가 대단히 빠르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 같다. 특히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의 반감이 컸을 것이다. 크게 보면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시각을 언론들이 재빨리 받아서 보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론과 이를 반영한 언론의 보도가 서로 상승작용을 한 것 같다.

최대열 : 외국기업의 CEO들을 만나면서 한국의 노사관계에 대해 대단히 왜곡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노사관계가 극한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흐르고 있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알고 있는데 결코 사실이 아니다. 이것은 언론의 선정적이고 선동적인 왜곡보도가 외국 투자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궤도연대가 파업에 들어갔을 때 언론들은 임금명세서까지 들먹이며 노조를 공격했는데, 경기침체에 따른 국민들의 상실감을 노조를 공격하는데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본다.

이수봉 : LG정유, 궤도연대 파업 등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태도를 보면서 그냥 단순히 운동을 잘하려고 해서만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는 구조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신문시장이 광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고 시장자체도 포화상태에 있다. 광고주인 자본과 위기의 언론사들이 생존조건을 매개로 유착되는 구조다. 우리가 왜곡보도하지 말라고 하지만 신문사들은 ‘생존투쟁’으로 규정할 것이다. 덩치가 커진 언론들이 스스로 어쩔 수 없이 자본과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노동운동을 공격하면서 생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기자 개개인의 양심과 소명의식의 문제도 지적돼야 하지만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노동운동에 대한 왜곡보도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노동계가 언론개혁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강운경 :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노동부도 언론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정정 및 반론보도 요청 건수도 많이 늘었다. 사실 억울한 부분도 많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왜곡보도하는 경우도 있다. IMD나 WEF의 국가경쟁력지표에서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지표가 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오는데 이건 기업들의 체감도를 반영한 것이다. 이런 것들이 객관적으로 알려져야 한다. 노조의 파업 같은 경우에도 정부의 객관적인 시각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인데 의도와 달리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묘사됐다. 전체적으로 봐도 언론이 정부 입장을 긍정적으로 쓰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노사관계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사회자 : 정치 문제에 있어서 언론사들간에 ‘편’이 확실히 나뉘는 양상이 강하지만 노동문제 보도는 거의 일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걸 어떻게 보는가.

최대열 : 우리 사회가 민주화됐다고 하지만 언론과 권력, 언론과 자본의 유착은 강고하다. 노동문제는 철저하게 비판적이다. 심한 경우는 양대노총에 대해 ‘너희들이 진정으로 대표성이 있는가’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보호하는 언론의 역할이 대단히 취약하다. 언론의 이런 태도는 노사관계 개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론이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노사문제에 대한 선동적인 보도를 지양하고 노사가 서로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수봉 : 언론들이 ‘노동자들이 자기 밥그릇만 챙기다’고 노동계를 공격하더니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를 갖고 총파업을 나서니까 ‘또 파업이냐’고 공격했다. 민주노총이 국보법 폐지를 위한 릴레이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인데 한 신문에서는 ‘민주노총이 이번에는 국보법 투쟁한다’고 폄하했다. 기자 말로는 데스크가 의도적으로 이런 식의 제목을 뽑는다고 하더라. 신문들은 정파성이 있다. 데스크들이 그 속에서 여론을 만들어 나간다. 노동계 주장이 언론에 의해 굴절되는 현상이 심각하다. 

류기정 : 언론이라는 것은 여론을 따라가기도 하고 선도하기도 한다. 정파적인 구도에 따른 언론 보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안별로 보면 언론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광고 때문에 자본과 언론의 유착관계가 있다고 했는데, 오히려 기업을 강하게 비판할 때 광고가 더 잘 들어올 수도 있다. 단정적으로 이거다 저거다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올해 여론전, 누구에게 유리했나

사회자 : 실무적으로 언론을 책임지고 있는 담당자들로서 올해 여론전 승패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수봉 : 노동진영은 완패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론이 언론이 보도하는 것만큼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무자비한 공격이 노동운동을 어떤 면에서는 더 강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사회연대기금과 비정규직에 대한 보다 깊은 관심 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글픈 이야기이지만 언론의 적대적 태도가 우리를 내부적으로 더 강하게 키우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류기정 : 노동운동이 세련되지 못한 면도 작용했다. 또 노동운동이 잘못한 부분들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돼 파급력이 더 커진 측면이 있다.

강운경 : 올해 정부가 가장 잘한 것은 나름대로의 원칙을 제시하고 이것을 지켜나갔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라진 면이다. 여론에서도 그런 부분을 좋게 평가해주고 있다. 각자 비판받은 부분이 있다면 약으로 생각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면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대열 : 언론의 보도태도가 노조를 자꾸 강성으로 몰고 있다. 노사관계라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협력적 부분과 대립적 부분이 동시에 존재한다. 언론이 지나치게 선동적이고 투쟁적인 것들만 보도하다 보니 노사관계가 왜곡되고 굴절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노사관계를 보는 시각을 고칠 필요가 있다.

사회자 : 양대노총이 인터넷방송국을 개국했다.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것이긴 하지만 앞으로 선보일 여론홍보전의 일환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경영계도 이런 측면이 노력이 있을 것 같다.

류기정 : 경총에서도 내년 초 노사관계 정보들을 제공하는 포탈사이트를 오픈할 계획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면서 여론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경총도 온라인상의 여론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최대열 : 한국노총 홈페이지도 포탈사이트 형태로 1만4천여건의 노동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주간 뉴스브리핑을 동영상으로 방송하고 있고, 라디오도 하루 1시간씩 방송하고 있다. 최근 홈페이지 방문자가 50% 정도 증가했다. 내년에 여의도로 건물을 옮기면 전광판을 통한 뉴스 방송도 생각하고 있다. 노동계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수봉 : 아직은 시행단계다. 컨텐츠 생산이 생각보다 어렵다. 라디오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앞으로 조합원들이 사내방송을 통해 민주노총의 지침과 위원장의 육성 메시지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파업 지침을 내릴 때도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다. 좀 더 세련된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아쉬움과 불만들

사회자 : 매일노동뉴스는 신문을 만들면서 노동자의 권리 신장과 노동운동의 발전이 민주주주의 발전의 기초가 된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에 따른 노사정의 아쉬움과 불만이 있을 수 있는텐데 매일노동뉴스에 대한 의견을 주신다면.

류기정 : 매일노동뉴스가 노동의 관점에서 보도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노동계의 일방적 의견을 담아내는 것은 부적절하다. 노사관계의 협력적 틀을 만드는데 매일노동뉴스가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노사관계가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매일노동뉴스가 그런 방향을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경영계가 잘못하는 것도 있지만 잘하는 것도 보도해줘야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전문지로서 노사 전반을 아우르면서 보도해야 한다.

강운경 : 올해가 가장 힘들었던 해다. 비정규직 법안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이가 많이 틀어졌다. 부탁드리는 것은 현장의 소식에 정책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기사들을 생산해줬으면 한다. 또 고용문제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한다. 노동전문지로서는 매일노동뉴스가 독보적인 위치다. 노동계 의견을 반영하면서 경영계의 입장도 적극 실어주는 것이 제3자 입장에서 볼 때 더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수봉 : 매일노동뉴스가 정부 비정규직 법안을 먼저 보도한 일은 사실 그 보도가 먼저 나와 노정 갈등이 극한적으로 가는 것이 그나마 완화됐다. 정부 여당이 논의하는 바로 당일 날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면 ‘큰 사건’이 벌어질 뻔했다. 노동부 계획대로 발표됐으면 노정간 충돌이 훨씬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을 것이다.

최대열 : 매일노동뉴스의 영향력이 예전보다 커졌다. 노동자, 노동운동에 정말 소중한 언론이다. 박봉에 열정을 가지고 매일노동뉴스를 지켜온 취재진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만 한국노총 단위 사업장 문제를 적게 다룬다는 불만들이 있다. 직접 현장을 찾아 나가서 기사를 발굴하고 취재하는 모습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수봉 : 민주노총도 어떤 면에서는 매일노동뉴스 지면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들이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전문지로서 다른 신문에 비해 기사의 질이 높다. 이념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사실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는 점도 좋다. 그런 강점들은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다만 노조 내부 문제를 다룰 때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길 바란다. 노동운동의 오랜 역사와 맥락이 있는데 현상만 가지고 접근하다보면 이에 대한 불만들이 상당히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또 ‘고임금 노동자’ 비판이 성행할 때 매일노동뉴스에서 경영진과 이사들의 연봉은 어떤지를 다룬 기사를 내보냈다. 이런 객관적인 자료들을 모아 분석 보도하는 것은 매일노동뉴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노력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최대열 : 선거나 조직 내부 보도를 할 때는 정말 균형 있게 해야 하지만, 매일노동뉴스가 지향하는 차별없는 사회 등의 주제에 대해서는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으로서 자신감 있게 노동운동의 미래상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노사관계에 대한 올바른 발전방향, 이런 것들은 성역 없이 심층보도돼야 한다.

이수봉 : 한 가지 더 부탁드리면 각 언론 담당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데 대변인으로서 부담이 크다. 이왕이면 사진도 좀 크게 나오고 해서 기자회견이 좀 더 멋지게 보도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수봉 실장의 발언으로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이날 좌담회를 마쳤다. 성탄절 전야만 아니었다면 술자리를 이어 더 솔직한 ‘난담’을 나눌 수도 있었으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각자 가족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올해 극한 대립의 모습으로만 비춰졌던 노사정의 모습은 이날만큼은 생산적인 비판과 공감의 웃음이 넘쳐나는 자리로 마감됐다.

하지만 노사정의 언론 담당자들은 내년 노사관계가 올해 이상으로 험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내년 2월에 다시 마주쳐야 하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 문제부터 시작해서 경제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중소기업 주5일제 시행 문제,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문제 등등 노사정간 풀어야 할 무거운 숙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노사정의 여론전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누가 여론의 공감을 얻고 서로 대결하면서도 화합하는 새로운 노사문화의 주도자가 될 것인가 하는 과제가 좌담회의 여운으로 남게 되었다.
 
사진 = 박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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