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크리스마스 이브. 경기도 이마트 용인수지점에는 가족단위 쇼핑객들이 유난히 많았다. 쇼핑 보따리를 들고 나오던 사람들은 한 여성이 눈물로 쏟아내는 절규에 걸음을 멈춘다.
 
“여러분, 저는 신세계이마트 용인수지 매장에서 캐셔(계산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 일이라고는 노조를 만들어서 홍보한 일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뒤부터 3일 동안 저 덩치 큰 사람들이 화장실 근처까지 저를 미행하고 다녔습니다. 매장에서 졸졸 따라다니면서 감시하더니 이제는 매장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합니다. 있지도 않은 녹취 테이프를 내놓고 가라고 떼를 쓰고 집까지 쫓아옵니다.”
 
그러고 보니 정문 입구는 머리가 짧은 보안 직원들이 모두 에워싸고 쇼핑객들을 하나하나 살핀 뒤 들여보내고 있다.
 
전국 75개 신세계이마트 점포 중 유일하게 용인수지지점에 노조가 생겼다. 지난 21일 창립된 경기지역일반노조 신세계이마트수지분회다. 그런데 이날 오전 10시 노조 설립 사실을 회사에 공문으로 알리기 무섭게 노조의 주력으로 알려진 비정규직 캐셔들은 조합원 여부를 불문하고 관리자들에게 불려가 개별 면담을 2~3시간 씩 당해야 했다. 그것도 모자라 다음날 새벽까지 퇴근을 막고 노조 탈퇴서 작성을 강요당해야 했고 112에 전화로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간신히 매장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현재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은 1년단위 계약직 캐셔 20여명. 노조는 24일 이같은 이마트의 ‘노조파괴 공작’에 항의하는 집회를 이마트 정문 앞에서 개최했지만 이날도 조합원들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화장실 근처까지 따라다니며 감시

간신히 매장에서 나와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 이아무개씨가 안에서 벌이지고 있는 일들을 설명했다.

“조합원들이 일하던 계산대에는 성수점, 수원점 분당점 등 다른 지점에서 파견돼 온 직원들이 일하고 조합원들은 대기실에서 죄인처럼 대기하고 있다가 한 명씩 호명을 받고 면담실로 강제로 불려가고 있어요. 오늘부터는 노조를 탈퇴하라는 말을 노골적으로 하진 않아요 ‘누구누구도 탈퇴했다더라, (불려온 이유를)다 알지 않느냐?’그런 식이에요. 처음 노골적으로 탈퇴를 강요할 때는 우리가 경험이 없어 증거를 남겨놓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노우정 경기일반노조 용인지부장은 “남편이 삼성그룹 관련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조합원은 남편까지 들먹입니다. 당신이 노조하면 남편이 잘린다고 말입니다. 집에 찾아와 선물꾸러미랑 탈퇴서를 놓고 가는 것은 예사고 어떻게 알았는지 친인척까지 동원합니다. 신세계가 계열을 분리했다고 하지만 노조말살 정책은 ‘삼성식’ 그대로였습니다.”
 

조합원 격리, 취재확인 요청 거부해
 
노 지부장은 당시 조합원들이 회사 관리자로부터 받았던 탈퇴서와 이마트가 조합원들만 개별적으로 근무시간을 변경한 스케줄표를 증거로 보여줬다. 그러나 이마트쪽은 조합원들만 일을 시키지 않고 있다는 노조 주장을 직원대기실에 방문해서 확인하겠다는 기자의 취재요청을 거절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여성들을 보며 걸음을 멈춘 한 청년이 자청해서 기자에게 말문을 열었다. 고등학교 졸업 직전부터 3개월여 동안 이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박아무개(22)씨. “수능시험이 끝나고 식품매장에서 판매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고등학교 졸업식에 간다니까 그게 무단결근이라는 겁니다. 겉과 속이 다른 곳이 이마트입니다.”

한달 70여만원을 받으면서도 주5일 근무제나 시간외수당은 꿈도 못 꾸던 신세계 이마트의 캐셔 노동자들. 그들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그렇게 눈물로 얼룩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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