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정부여당을 향해 뜨거운 박수 갈채를 보냈다. 
 
한나라당은 24일 오전 ‘찬.찬.찬’이란 독특한 제목의 논평을 냈다. 정부여당에 대한 비난과 비꼼 일색이었던 한나라당 논평치고는 정말 이례적이다. 온누리가 축복 받아 마땅한 크리스마스 이브답다.
 
하지만 정부여당 입장에서 한나라당의 ‘통 큰 배포’가 마냥 기분 좋을 것 같지 만은 않다. 한나라당이 제시하는 칭찬 사유란 것이 정부여당이 개혁을 후퇴시킨 대가로 ‘적으로부터 받아 낸 포상금’을 뜻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여당의 양보를 얻을 대로 얻어 낸 한나라당 입장에서 이번 논평은 승리를 축하하는 ‘세밑 축배’인 동시에 정부여당을 향한 ‘놀림’이다.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최근 야당인 한나라당의 합리적 주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칭찬하기에 마땅하다”며 칭찬의 이유들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분배보다는 성장을 우선시하며 청와대 경제수석을 부활하고, 소득세 1% 인하 등 감세를 재경위에서 의결한 것은 잘한 일”이라 띄웠고, “지역균형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안에 특위 구성을 받아들이고, 동계올림픽 후보도시로 강원도 평창을 정한 것도 칭찬 받을 일”이라 평가했다.
 
한나라당은 또한 “여권이 신문법 논의에 있어 상당량의 기존 입장을 수정하면서까지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도 칭찬들을 일”이라고 이야기하는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실용주의 노선을 지금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가장 후한 점수를 준 부분은 역시 ‘4자회담’에서 열린우리당이 기존 방침을 대폭 후퇴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여권이 일방적 밀어붙이기를 자제하고 협상과정에서 원칙에 대해서는 조건 없이 공감을 표시한 것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며 한껏 추켜세웠다.
 
끝으로 앞으로도 계속 칭찬 받을 정치를 해 달라는 당부도 있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국민으로부터, 야당으로부터, 역사로부터 칭찬 받는 찬찬찬 정치를 하길 누구보다도 한나라당은 바란다.”
 
논평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박근혜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만을 지칭해 ‘별도로’ 칭찬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회동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두고 “몇십 년 된 어려운 법인데 하루아침에 되겠느냐” “차근차근 풀어 나가자”고 한 데 대해, 박 대표가 “노 대통령이 내년의 국정목표라 할 수 있는 ‘경제올인, 국론통합, 민생우선’을 성취시키기 위해 국민들이 개정해 유지하기를 원하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생각을 바꾼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한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과 달리 열린우리당의 성탄 논평은 “정치부재와 경제악화의 어려움으로 인해 국민들의 가슴은 걱정과 불안으로 멍들어 있다”며 “그리스도가 실천한 사랑과 용서의 정신을 다시 한 번 새기며 불신과 증오의 정치를 화해와 상생의 정치로 만들 것을 다짐한다”는 지극히 의례적인 내용만을 담았다.
 
논평에 담긴 한나라당의 ‘뻔한 의도’와는 무관하게, 지지자들에겐 비난받고 반대세력들에겐 칭찬 받는 현실, 개혁을 표방하는 한국 정부여당의 오늘이 분명 정상은 아니다.     
 
다음은 한나라당 논평 전문.
 
찬.찬.찬
 
여권은 그 동안 국민을 위해서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급하지 않은 일에 지나치게 집착해 왔다. 

 
그러나 최근 야당인 한나라당의 합리적 주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칭찬하기에 마땅하다.
 
분배보다는 성장을 우선하고 청와대 경제수석을 부활하고 소득세 1% 인하 등 감세를 재경위에서 의결한 것은 잘한 일이다.
 
지역균형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안에 특위 구성을 받아들이고 동계올림픽 후보도시로 강원도 평창을 정한 것도 칭찬 받을 일이다.
 
여권이 신문법 논의에 있어 상당량의 기존 입장을 수정하면서까지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도 칭찬들을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실용주의 노선을 지금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여권이 일방적 밀어붙이기를 자제하고 협상과정에서 원칙에 대해서는 조건 없이 공감을 표시한 것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국민으로부터, 야당으로부터, 역사로부터 칭찬 받는 찬찬찬 정치를 하길 누구보다도 한나라당은 바란다.
 
2004. 12. 24  한나라당 부대변인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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