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퇴근'은 집이 있는 건물 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종료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창석 부장판사)는 24일 퇴근후 귀가하다 아파트 계단에서 쓰러져 뇌진탕 등으로 숨진 세무 공무원 정모(당시 39세)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공무원의 정상적인 퇴근중에 발생한 공무상 사망이므로 유족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씨가 당시 직장에서 두 사람 몫의 일을 하느라 과로했고 초과근무도 많이 한 사실이 인정되지만 그런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 때문에 뇌혈관계 질환이 나타났고 의식을 잃어 계단에서 떨어졌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없어 공무상 사망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무원연금법시행규칙은 공무원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다 사고로 숨진 경우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하지만 이때 '퇴근'은 단독주택의 경우 주택의 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아파트 같은 집합건물의 경우 건물 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종료된다고 봐야 한다"며 "정씨는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다 쓰러졌으므로 '퇴근 중 사고'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법원에는 퇴근의 종료시점에 대한 판례가 없어 독일의 판례를 참조했다"고 설명했다.
   
2002년 9월 관세청으로 전보된 정씨는 남북육로개통 관련 업무를 혼자 담당하느라 매달 40∼90시간의 초과근무를 하는 등 과로했으며 지난해 2월 관세사 자격시험 원서교부 등을 위해 수원에 갔다 대전으로 돌아와 대학동창과 함께 귀가하다 아파트 2층 계단에서 쓰러져 숨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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