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4자 회담’ 산하에 법안심의를 위한 실무위를 구성하는 등 상임위를 무시한 초법적이고 변칙적인 국회운영을 3일째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국회법 절차 준수를 주장하며 4자 회담장을 막아서자 오히려 “국회법과 관행을 지켜라”고 반박하는 등 국회를 두 정당만 존재하는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두 당은 23일 쟁점이 되고 있는 4대 법안 가운데 하나인 과거사관련법을 다루기 위해 4자 회담 결정에 따라 8인 특위를 구성했다. 열린우리당은 강창일, 노현송, 문병호, 박기춘 의원을, 한나라당은 권철현, 이인기, 유기준, 이명규 의원을 특위 위원으로 선정해 법안의 구체적 심의에 들어갔다. 8인 특위에는 행자위와 교육위 간사들이 포함돼 사실상 두 상임위를 대체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과거사법은 그간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각각 제출한 2개의 법안들이 국회 행자위에 상정됐으며 법안심사소위 논의에서도 상당한 수준까지 심의가 진행된 법안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최근 관련 법안을 성안해 국회 교육위에 상정하자, 23일 4자회담에서 특위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결정했다.

이에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두 당은 그간 논의의 경과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법안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초법적인 특위와 4자회담을 해체하고 상임위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두 당은 또 상임위 중심의 운영원칙까지 무시한 채 국회를 변칙적으로 끌고 가다가 민주노동당 의원들로부터 항의를 받자 오히려 “국회법과 관행을 지켜라”고 주장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4자 회담장 입구를 막아서자 “국회의 질서가 다른 만큼 의사표현 방식도 국회의 관례, 국회법에 따라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단 대표는 “이 의장은 말은 오히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라며 “상임위까지 무력화시켜가며 국회법을 초월하는 밀실야합을 하려고 하면서, 이를 중단하고 국회를 정상화시키자는 정당한 요구에 국회법을 들이미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천 대표는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정당 대표들 간에 정치적 협상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거기에서 법안까지 다루겠다는 것은 나눠먹기식 흥정정치의 구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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