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법안 처리가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넘겨진 가운데 민주노총이 21일 정부에 비정규직에 대한 탄압 중단과 노동3권 및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와 함께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돼 온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레미콘 특수고용 노동자, 구조조정으로 생존권 박탈 위기에 놓여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침해 사례를 발표하고 이들에 대한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제도적 보호장치 없이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삶의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비정규직의 절박한 현실을 직시해 비정규노동법 개악안을 철회하고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하는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원청업체 사용자성 인정을 통한 간접고용 노동자 노조활동 보장 △불법파견 노동자 직접고용 및 정규직화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계약해지와 구조조정 중단 등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불법파견, 특수고용,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탄압 문제를 향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판단한다”며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 노동법 개악저지와 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투쟁과 결합해 당면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총연맹 차원의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오는 28일 ‘특수고용 노동권 보장방안’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을 시작으로 노사정위 공익조정안이 나오는 시기에 맞춰 29일 집회를 개최한다.

<비정규직노조 탄압 사례들>
집회 막고 교섭회피, 노조 불인정까지
뻔뻔한 사용자들, 노조탄압 극심…노동3권·생존권은 '실종' 상태
“정규직과 다른 점이 있다면 협력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는 것과 작업복에 업체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 차이 하나로 현장에서 우리들은 엄청난 차별을 받아야 하는 반면 현대자동차는 1만명이나 되는 우리를 불법파견으로 사용하고 한 해 2조원대의 순익을 낸다.”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기자회견장에서 오민규 현대차비정규직노조 기획교선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 노동권 침해 사례를 발표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권리조차 행사할 수 없는 현실을 폭로했다.


현대차는 지난 16일 노동부로부터 1만명이 넘는 하청노동자를 ‘모두’ 불법파견으로 사용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오히려 “협력업체 직원일 뿐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근로자라”며 비정규직노조 간부 18명을 상대로 집회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현대차는 또 지난 달 금속노조 현대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와 정규직 지부 활동가들에 대한 ‘사찰’을 담당하는 경비대를 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경우 노조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99년 12월 설립된 재능교육교사노조는 한 달이 넘는 파업 끝에 필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재능교육교사노조나 건설운송노조는 단체협약까지 체결했지만 법원에서 이들의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바람에 사용자들도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


박대규 건설운송노조 위원장은 "서보레미콘분회의 경우 지난 2월 합법적인 조정절차를 거쳐 파업을 했지만 회사가 업무방해 혐의로 노조 분회장을 고소하자 경찰이 현장에서 구속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처지도 나을 것이 없다. 지난 5월 정부의 공공부문 대책 발표 이후 오히려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근로복지공단 일용직은 오는 31일까지 87명 중 2/3 가량이 해고될 예정이다. 전북교육청은 정부 방침에 따라 교육업무보조원을 통합관리한다면서 학교급식의 외주용역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조활동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사용자의 극심한 탄압에 맞선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그만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법제도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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