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에 노무현은 노회한 정략꾼(politician)으로 기억될 뿐, 결코 위대한 경세가(statesman)로 평가되진 못할 것이다. 그가 말해온 언론개혁은 말짱 황이었다. 오늘(12월 17일)은 언론, 언론인에겐 참 슬픈 날이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에 대해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차가운 독설을 내뱉었다.
 
박 대표는 20일 발행된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 최근호를 통해 “이번 (주미대사) 인선은 노무현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내세워 온 '언론개혁’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선택”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즐겨 말해온 ‘권력과 언론간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대놓고 부정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에 대해 “박정희 정권 이래 우리 사회의 유구한 전통이 됐다”고 지적한 뒤 “(점점 더) 그 규모와 단위가 커져 급기야 김대중정권 말기 한 경제신문 발행인이 총리에 발탁되더니 이젠 이른바 메이저 신문의 현직 사주가 정권에 합류했다”고 꼬집었다.
 

 
홍 회장에 대해선 “이미 7∼8년 전부터 대권 야망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던 인물”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 대표는 특히 주미대사 인선 배경에 대한 의혹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아마도 이번 인선은 지난 2월 노 대통령과 홍 회장간의 대담에서부터 숙성돼 왔을 것”이라며 “필자가 들은 바에 따르면 당시 대담은 중앙일보측 요청이 아니라 청와대측 제안에 의해 이뤄졌다. 그것도 편집국장 인터뷰가 아닌 사주와의 대담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의 이런 제안을 ‘조중동 분리작전의 일환’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대북정책에 관해서만은 상대적 차별성을 보여왔던 중앙일보를 분리해냄으로써 조중동 블록을 무너뜨리겠다는 이이제이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박 대표는 “중앙일보 사주의 정권 참여는 책략, 정치공학의 차원에선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지 몰라도 '권력과 언론간의 건강한 긴장관계’ 형성이란 사회적 과제에는 치명적 독약”이라고 재차 통박한 뒤 “후세에 노무현은 노회한 정략꾼(politician)으로 기억될 뿐, 결코 위대한 경세가(statesman)로 평가되진 못할 것이다. 그가 말해온 언론개혁은 말짱 황이었다. 오늘(12월 17일)은 언론, 언론인에겐 참 슬픈 날”이라며 글을 맺었다.
 
박인규 대표는 과거에도 오마이뉴스, 중앙일보 등과 단독인터뷰를 가진 노무현 대통령의 처사에 대해 “약속위반” “언론 분할통치”라며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박 대표의 지적대로라면 “분할통치를 통한 이이제이 전략”에 몰입했을 뿐, 본질적 언론개혁엔 무심했던 노 대통령이 다음엔 어떤 ‘전술적 칼’을 꺼내들지 주목된다.

다음은 박 대표의 진보정치 기고문 전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새 주미 대사로 내정됐다. 단지 내정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선 공식발표까지 했다. 홍 회장이 현 정부의 대북화해협력 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해 왔고,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내 주요 언론 및 학계 핵심인사들과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내정자를 비롯한 미 행정부와 의회에도 인맥을 쌓아와 참여정부의 균형적 실용외교를 수행하는 데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뭐, 좋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인선은 노무현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내세워 온 '언론개혁’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선택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즐겨 말해온 ‘권력과 언론간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대놓고 부정하는 결정이다.

 
'권력과 언론간의 건강한 긴장관계’란 무엇인가. 권력과 언론이 각기 제 할 일을 하면서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자는 얘기다. 정부는 정책 수립과 집행을 통해, 언론은 정부활동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통해 사회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과거처럼 정부가 언론을 부당하게 통제하지도 말고, 언론이 스스로 정부인 양 정부에 간섭하지도 말며, 특히 정부와 언론이 유착하거나 야합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정부는 현직 언론사주를 핵심 공직 포스트에 선임했다. 하긴 현직 명문대 총장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정권이니 현직 언론사주를 주미 대사로 기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박정희 정권 이래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은 이제 우리 사회의 유구한 전통이 돼버렸다. 그때마다 비판이 제기됐지만 그것은 언제나 빈 들의 메아리였을 뿐이다. 오히려 그 규모와 단위가 커져가고 있다. 급기야 김대중정권 말기 한 경제신문 발행인이 총리에 발탁되더니(인준청문회에서 부결) 이젠 이른바 메이저 신문의 현직 사주가 정권에 합류했다. 그것도 이미 7∼8년 전부터 대권 야망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던 인물이…. 
 
아마도 이번 인선은 지난 2월 노 대통령과 홍 회장간의 대담에서부터 숙성돼 왔을 것이다. 필자가 들은 바에 따르면 당시 대담은 중앙일보측 요청이 아니라 청와대측 제안에 의해 이뤄졌다. 그것도 편집국장 인터뷰가 아닌 사주와의 대담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조중동 분리작전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대북정책에 관해서만은 상대적 차별성을 보여왔던 중앙일보를 분리해냄으로써 조중동 블록을 무너뜨리겠다는 전략. 이이제이(以?制?), 이간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지금쯤 청와대 참모들은 그 책략이 맞아떨어졌다고 희희낙락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중앙일보 사주의 정권 참여는 책략, 정치공학의 차원에선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지 몰라도 '권력과 언론간의 건강한 긴장관계’ 형성이란 사회적 과제에는 치명적 독약이다. 후세에 노무현은 노회한 정략꾼(politician)으로 기억될 뿐, 결코 위대한 경세가(statesman)로 평가되진 못할 것이다. 그가 말해온 언론개혁은 말짱 황이었다. 오늘(12월 17일)은 언론, 언론인에겐 참 슬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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