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수도 아바나의 외교가에서는 16일(현지시간) 쿠바의 유명한 여성 외과 전문의의 아르헨티나 대사관 망명설로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이번 일은 피델 카스트로와 한때 친구 사이였던 일다 몰리나(61) 박사가 아들이 망명해서 살고 있는 아르헨티나에 다녀오려고 했으나, 쿠바 당국이 이를 계속 거부한 가운데 뚜렷한 이유 없이 아르헨티나 대사관에 이틀째 체류하면서 불거졌다.
   
아르헨티나 거주 몰리나 박사 아들은 현지 언론 회견에서 어머니가 "내방객" 신분으로 현재 주 쿠바 아르헨티나 대사관에 머무르고 있다고 해명했다.
   
뇌수술로 정평이 난 전문의로 쿠바 정부 고위직을 역임한 몰리나 박사는 10년 넘게 아르헨티나 방문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젠 그녀는 쿠바 정부 반대자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몰리나 박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아르헨티나 방문 처리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아르헨티나 대사관에 들렀다가 '역시 불가'라는 말을 들었으며, 이어 대사관 체류가 하루를 넘기면서 이번 일에 휩싸였다.
   
특히 이달초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직접 카스트로 앞으로 서한을 보내 몰리나 박사가 아르헨티나 거주 아들과 두 손자를 만나볼 수 있도록 아르헨 방문을 허용해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그러나 쿠바 공산정부를 40년 넘게 이끌어온 카스트로는 이를 단호히 거부하며, 대신 몰리나 박사 가족이 쿠바로와 크리스마스를 보내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신을 보냈다.
   
이와 관련해 작년 5월 키르치네르 대통령 취임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와 국민이 카스트로에게 매우 우호적으로 대해온 점으로 미뤄볼 때 아르헨티나 외교 당국으로서는 상당히 섭섭했을 것이라는 게 쿠바내 서방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카스트로는 지난해 아르헨티나를 방문했을 때 아르헨 국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렇게 되자 라파엘 비엘사 아르헨티나 외무장관은 특별한 이유 없이 쿠바 주재 자국 대사를 이틀전 소환했으며, 아직도 귀임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다.
   
작년 10월 비엘사 장관은 3년 가깝게 공석으로 남겨둔 쿠바 주재 대사직에 임명된 신임 대사와 동행해 아르헨티나 외무장관으로서는 14년만에 쿠바를 방문한 바 있다.
   
현재 개인적 이유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체류하고 있다고 밝힌 라울 탈레브 쿠바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는 아르헨 라디오 방송과 회견에서 쿠바 정부의 반응은 아르헨 정부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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