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미 국방부는 2004년 한해 동안 미군 지원자 수가 당초 목표치인 21만명을 상회하는 21만2천여명에 달해 2년 연속으로 모병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이라크 전황에도 불구하고 군대에 지원하는 젊은이가 많다는 뜻밖의 발표였다. 하지만 사정을 좀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군 입대 설득 점점 어려워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따르면 신병 한 사람을 입대시키기 위해 드는 모병 비용은 해마다 증가해 2004년 1만4천 달러에 달했다. 미 국방부는 이미 2003년 모병 비용으로 40억 달러를 사용,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계감사국(GAO) 보고서에 따르면 모병을 위한 광고에 들어간 2003년 국방예산은 5억9천2백만 달러로 1998년 2억9천9백만 달러에 비해 두 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육군은 광고비용을 73%나 증액했고, 공군은 무려 3백95%나 늘려서 지출했다. 신병 한 명을 얻기 위해 드는 광고비용은 1990년에 6백40달러였던 데 비해 2003년에는 1천9백 달러로 세 배나 증가했다. 회계감사국의 보고서에서 국방부는 “젊은이들에게 군 입대를 설득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시인했다.
 
미 대학들이 모병관들이 캠퍼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일련의 조치들도 국방부의 모병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연방 항소법원은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대학 내에서 군의 모병활동을 허용한 ‘솔로몬 수정법’이 수정헌법을 위반했다며 몇몇 대학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이 나오자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을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모병관들의 캠퍼스 진입을 막는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위헌판결이 난 솔로몬법안과는 달리 낙오아동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은 군 모병활동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교육개혁법안인 이 법에 들어 있는 독소조항 때문이다. 2002년초 의회를 통과한 이 법은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모든 공립 고등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군 모병당국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빈곤층 청소년 집중 타깃
 
이 조항이 의도하는 바는 명백하다. 갈수록 군 지원자가 줄어드는 데 대비하기 위해 빈곤층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공립학교를 집중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타리 영화 <화씨 9/11>에 묘사됐듯이 미군은 빈곤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17~18세의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 초급 학군사관후보생제도(Junior ROTC)가 운영되고 있는 고교의 대다수도 노동자 밀집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미군은 특히 최근 들어서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을 대상으로 한 특성화된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해군이 히스패닉을 위한 사이트(El Navy)를 개설했는가 하면, 육군은 흑인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라디오 광고를 내보내고 있으며 흑인 청소년들이 많이 보는 힙합 잡지 등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퍼붓고 있다.
 
군의 모병관들은 “대학 등록금이 제공된다”거나 “군대에서 배운 주특기를 사회에 나가서 써먹을 수 있다” “실제 전투에 참가하는 일은 없을 것” 등의 갖은 미사여구로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일수록 범죄율이 높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심사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한 달에 2~3명을 반드시 입대시켜야 하는 1만5천명의 모병관들은 지원자들의 병력이나 마약복용 여부, 전과기록 등을 숨겨주는가 하면 심지어 심사관들한테 거짓말을 하라고 지원자들에게 권유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범죄자들에게 징역형을 내리는 대신 군대에 보내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징집제도가 시행되던 베트남 전쟁 시기에 종종 벌어졌던 이같은 관행은 징집제가 폐지된 후에 사라졌지만 최근 들어서 암암리에 재현되고 있다. 모병관들이 판검사들과 결탁해 젊은 경범죄자들의 기소를 중지하거나 실형을 선고하는 대신 군에 지원할 것을 권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대적인 모병사업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병력자원 부족은 계속되고 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지난 10월 징집제도 부활에 대한 소문을 부인하면서 각군의 모병 목표가 충분히 달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비전력 조직인 방위군(National Guard) 지원자는 올해 6천명이나 줄어들었고 육군 예비군(Army Reserves) 지원자 수는 목표치의 45%에 못 미쳤다는 점은 외면했다. 현재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40%가 방위군과 예비군 등으로 충원되고 있다는 점에서 예비전력의 부족은 미군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실제 육군은 이라크전쟁으로 모자라는 현역 자원을 보충하기 위해 개별 긴급예비역(IRR) 5천6백명을 상비군으로 증편했을 뿐 아니라 하루에 1천달러(약 1백만원)씩 지급해가며 용병을 사용하고 있다.
 
이라크전에서 미군 전사자의 수가 지난 9월초 1천명을 넘어선 데 이어 12월 중순 들어서는 1천3백여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전투수당까지 쳐봐야 고작 2만달러(약 2천만원)도 채 안 되는 연봉을 쥐어주며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미군의 모병활동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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