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부터 실시된 고용허가제가 현재까지 올해 인력도입 예정 규모에 훨씬 못 미치는 인력수급율을 기록하자 고용허가제 정착에 대한 회의론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당초 2만5천명의 이주노동자를 고용허가제도 고용하기로 했으나 송출 인원은 연말 입국기준으로 최대 10%(2천~3천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고용허가서 발급기준으로 따지더라도 60%(1만4천~1만5천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허가제가 정착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제도적인 요인이 있다. 사용자들에게는 10인이하 사업장에 대한 내국인 의무고용비율, 1개월간 의무적인 내국인 구인노력 기간, 사증 발급과 입국과정에 지연 등 제도적 제한 요인들이 고용허가제를 통한 구인을 꺼리게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도 고용허가제를 통한 합법적인 취업을 꺼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외노협에 따르면 근무처 변경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사용자들이 고용변동 신고를 작성하는 대신 임금 삭감을 요구하는 등 신분상의 약점을 이용한 불이익이 두려워 고용허가제로 재취업하는 것을 망설인다는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규모가 전혀 줄어들고 있지 않은 가운데 고용허가제 정착은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수는 18만3,189명(10월 기준)으로 지난 해 선별적 합법화(19만4천명)조치를 취하면서 강제 출국조치를 통해 이들 중 12만 명 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 예상과는 달리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10월간 경찰과 법무부의 합동 단속으로 총 16,384명, 자진출국으로 21,597명이 출국해 총 37,981명이 출국했는데도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은 고용허가제가 실시 이후에도 계속 양산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와 함께 산업연수제와의 병행 실시과정에서 경영상태가 양호한 중소기업이 산업연수생들만 사용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6일까지 고용허가를 신청한 176개 업체가 심사 과정에서 산업연수생을 쓰고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도 했다.

지난 11월11일 국무조정실 외국인력 운영관련 관계부처 합동회의에서 중기청은 내년 2005년 외국인력도입과 관련해 산업연수생 도입규모를 올해 3만8천명에서 6만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준기 외노협 공동대표는 “고용허가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인권 유린등의 부작용으로 인권위원회로부터 폐지 권고를 받기도한 산업연수제를 완전히 폐지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점진적 합법화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산업연수제가 있는 한 고용허가제가 계속 외면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