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성과 통일성을 발휘하기 위한 노동운동의 지향점은 산별노조라고 생각한다. 현 기업별 노조 구조에서는 이 두 가지가 불가능하다. 특히 신자유주의 세계화, 제조업 공동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별 노조의 벽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지난 8일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이하 화섬노조) 1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화섬노조 초대 위원장으로 당선된 배강욱 위원장(현 화섬연맹 위원장)은 “그동안 연맹이 ‘기업별 노조의 연합체’로서 산하 노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많이 단절됐다”며 “그러나 산별전환을 통해 가입 조합원들의 분산된 역량이 하나로 집중되는 등 과거보다 힘있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화섬연맹 사무실에서 배 위원장을 만났다.


-연맹과 산별노조의 공존이 시작됐는데.
“당장에 연맹을 해산하거나, 또 산별노조가 출범했다는 이유로 화섬노조를 민주노총에 직가입할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미전환사업장의 전환사업을 가동해, 최소한 절반 이상이 산별노조에 가입하도록 한 후, 산별노조가 중심이 되는 체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연맹과 노조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

-현 집행부가 내년 9월까지 화섬노조를 이끌텐데 내년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은.
“지난 10월29일 출범한 화섬노조는 10월1일부터 2005년 9월30일까지가 사업연도(회계연도)이다. 일단 기업별노조의 관행에 익숙해 있는 조합원과 간부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산별노조의 틀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전 간부를 상대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로 금호타이어, LG화학 등 미전환 사업장 50여개에 대한 전환사업을 진행하면서 단일노조를 확대 강화하는 것이다.”

-미전환사업장은 어떤 방법으로 전환시킬 것인가.
“지난 10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산별전환에 대해 반대했던 이들도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을 뿐, 전환 자체에는 동의를 했다. 실제 연맹은 지난 4년 동안 산별전환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산별노조가 될 경우 교섭권과 쟁의권을 중앙에서 가지기 때문에 시기집중 문제, 공동요구 문제를 전 사업장 차원에서 제기하는 투쟁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대공장들의 변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 첫 중앙위원회에서 제조산별건설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던데.
“지역에 내려가면 금속과 화학노조가 함께 다양한 투쟁을 전개하고, 실제 현장에서도 제조업 차면에서 봤을 때, 금속과 화학은 공통된 부분이 많다. 특히 한일FTA 체결로 인해 국내 시장이 개방될 경우 금속과 화학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제조산별노조는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 이를 위해 화섬노조 안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후 금속노조와 고민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제조업 공동화 저지'는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과거에는 금강화섬, 코오롱 등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개별 사업장의 구조조정 문제로 봤는데 지금은 산업구조조정, 제조업공동화의 문제로 보고 있다. 제조업공동화 저지를 위해 금속노조, 민주노총과 함께 정치권에 대책마련을 촉구할 것이다.”

-갈등의 현장에 연맹 지도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월 코오롱 파업 때는 현장에 있었으면서, 풀무원과 금강화섬 문제에는 왜 연맹이 안나서느냐는 조합원들의 지적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업장을 연맹이 직접 따라다닌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11월 총파업 투쟁을 고민하는 것이 더 바빴다. 어쨌든 연맹 자체의 다양한 일정과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일정한 괴리감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업계에선 내년부터 화섬업계의 노사갈등이 한층 격화되지 않을까 긴장하던데.
“회사는 산별노조와 교섭을 할 경우 더욱 복잡하다고 생각하지만 기업별노조와 마찬가지로 합법적으로 탄생한 산별노조를 인정하고 나면 대화는 오히려 쉽다. 산별노조를 투쟁적으로만 보는 이유는 산별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고, 실제로 산별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굉장한 투쟁을 부르게 될 것이다..”

-내년 1월말, 화섬연맹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연맹 지도부가 산별노조와 별도의 조직으로 구성될 경우, 산별전환 사업이 얼마나 힘있게 추동될 것인지 의문이 든다. 산별전환, 조직전환 등에 대해 산별과 연맹은 지도체제를 단일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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