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새벽. 대중음악이 더 자연스러운 FM라디오에서 노동가요, 민중가요에 대한 얘기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상업주의 일색인 공중파에서 '노동'과 '민중'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거론되는 것이 참 낯설다. 매일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가수 신해철이 진행하는 모 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

1시간 가까이 그는 조금 흥분한 듯 민중가요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올해 박노해 시인이 쓴 시집 ‘노동의 새벽’ 발간 20주년을 맞아 헌정 기념음반이 만들어지는데, 가수 신해철이 중반 작업부터 총 책임을 맡았다고 한다. 작업 막바지여서 나흘째 하루에 2시간 이상 잠을 못 잤다며, 다소 피곤한 기운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무섭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런 일이 맡겨져 기쁩니다. 누군가에게 무슨 얘기든 하고 싶습니다.”

18년 동안 음악을 하면서 이렇게 무서운 감정이 들기는 정말 오랜만이라고 말하는 그. 70, 80년대 민중가요를 다시 들으며 당시 노동자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접한 신해철은 음반작업을 하면 할수록 큰 부담감에 시달린다고 고백한다.

“(70, 80년대) 옛 테잎을 구해서 듣는데 통기타 하나로 ‘노동의 새벽’을 부르던 사람이 감정에 못 이겨 중간에 울먹이더군요.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시다의 노래’에서 타이밍(각성제) 두 알 먹고 밤샘하던 어린 여성노동자들의 얘기….”

지금 만들어지는 헌정음반이 음질과 기술은 나아지겠지만 옛 테잎의 감동을 생생히 끄집어내거나 이길 자신은 없다고 말하는 신해철. 욕먹을 각오도 돼 있단다. 그러면서 청취자들에게 넌지시 말한다.

“현재 노동자들의 월급이 예전에 비해 많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 (옛 민중가요 속 현실이)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민중가요가 과격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 화가 나는 일들, 우리 모두 슬퍼하는 일들, 우리들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신해철. 표현방식은 다르겠지만 그의 ‘감정’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의 문제’로 남아있길 바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