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사가 별다른 충돌없이 특별단체교섭을 마무리 지었다.
 
병원, 지하철, 공무원 등 유난히도 격렬했던 올해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돌아본다면, 연말 철도의 노사협상 타결은 철도공사 출범을 앞두고 노조와 정부가 내린 용단의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협상타결 뒤끝에 남는 씁쓸함은 감출 수 없다.

지난 2002년 2월25일 철도노조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고 이틀 뒤 3조2교대로의 근무체계 변경과 노사공동으로 경영진단용역을 실시해 합리적인 인력규모를 산정하기로 합의했다. 시기만 늦추어졌을 뿐 지난해 4월20일에도 노사는 이를 재차 확인했다. 사실상 노정합의였다.

이렇게 노-정이 합의한 대로 2년여간 진행된 노사공동경영진단을 통해 근무체계 변경을 위해서는 6,483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고 노조는 올해 다시 합의이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고 정부는 이에 관한 어떤 공식적인 해명도 없었다. 국무총리는 ‘명분 없는 파업’ 운운했고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지하철노조와 공무원노조의 뒤를 이어 ‘엄정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만 되내였다. 언론 역시 애써 무관심했다.

지난 7월 궤도노조 파업 때 서울지노위는 서울지하철과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대한 쟁의조정 결과 ‘노사가 공동으로 전문연구기관을 선정해 용역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노사가 합의해 인력충원을 시행한다’는 내용의 조정안과 중재재정안을 내 놓았다. 이미 지켜지지 않고 있는 철도노사 합의와 유사한 내용을 중재재정안으로 내 놓은 것이다.
 
올해 철도노사 특별단체교섭 과정을 바라보는 서울지하철과 서울도시철도 노동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철도노조와 함께 연대투쟁을 예고했던 화물통준위와 민주택시연맹도 각각 지난해 5.15 노정합의와 올해 6.16 노정합의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사 특단협 과정을 지켜본 화물노동자들과 택시노동자들은 또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이행되지 않을 약속이라면 누가 합의서에 도장을 찍겠는가. 합리적인 노사관계는 약속이행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노조운동'이 아니라 '상호신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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