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뉴스 및 금융정보 회사인 로이터통신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 작업이 기자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기자들은 편집국 인력의 감축이 '질적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며 파업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 파리 지사는 기자직 감원에 반발해 지난달 29일과 30일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런던 편집국도 이미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해 84%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여차하면 파업에 들어갈 태세다.
   
미국의 블룸버그, 캐나다의 톰슨 파이낸셜 등 경쟁업체의 도전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로이터는 2003년 2월 1만6천명의 직원을 2005년말까지 1만3천명으로 줄이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의 감원 대상은 주로 단순업무직을 대상으로 단행됐다. 데이터 처리 인력을 인도 방갈로르로 이전하고 1천300명을 해고했다.
   
2천500명에 달하는 기자직도 그동안 200명이 줄었지만 정년 퇴직하는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큰 파장은 없었다.
   
문제는 나머지 1천700명의 감원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비편집 사이드에서 군살빼기가 완료된 만큼 이제 편집국이 집중적인 감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자들의 판단이다. 노동조합은 적어도 250명의 기자들이 내년 말까지 추가로 해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진은 기자직을 대상으로 한 대량 해고는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기자들은 없다.
   
로이터통신 대변인은 2일 "250명의 기자직을 해고할 것이라는 등 억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무근이다"고 밝혔다.
   
생산을 증대해야할 시점이기 때문에 편집국을 줄일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런던, 워싱턴, 싱가포르 3곳에 설치돼 있는 글로벌 사진 데스크가 싱가포르 한 곳으로 통합되고 멀티미디어 데스크가 런던에서 토론토로 이전되면 기자직 대량해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의 방갈로르에 소규모 편집국이 설치돼 중소기업 보도자료 처리, 단순 스트레이트 작성 등 편집업무를 시작한 것도 우려를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영국 기자노조는 "기자직 감축은 보도의 정확성과 질을 떨어뜨려 로이터의 명성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면서 "기사의 질을 대가로 하는 구조조정 계획의 이행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고참 기자는 "회사가 고도의 판단력을 요구하는 제작업무를 인도로 이전하는 등 미지의 세계로 나가고 있다"면서 "자칫 잘못하면 긴 세월을 통해 쌓아온 신뢰성에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 특파원  lcs@yna.co.kr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