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내 나이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 아직도 쉰 살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한데…."

2일 오전 전주시 서신동 전주종합고용안정센터에서 열린 '실버채용박람회'를 찾은 이모(73·전주시 삼천동) 할아버지는 동네 노인정에서 만난 친구 30여명과 함께 알맞은 구인업체를 찾아봤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그는 "기자선생하고 팔씨름을 해도 이길 자신이 있을 만큼 팔팔하지만 나이제한 때문에 나한테 맞는 일자리는 하나도 없다"면서 "젊은 50대만 뽑는다면 진정한 '실버'를 위한 채용박람회가 아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전주시 동완산동에 사는 박모(63)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전주 노동사무소에 꾸준히 구직 신청을 해와 여름에는 소독·방역 등 간혹 일자리가 있었다"는 박씨는 "겨울에는 일자리가 거의 없어 박람회를 찾았지만 나처럼 환갑을 넘긴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기는 불가능하다"고 불평했다.
   
전주지방노동사무소와 전주시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32개 업체가 참여해 50세 이상 200여명에게 경비, 단순노무, 주방보조, 청소, 제조 등 각종 일자리를 제공, 수많은 중·노년층 시민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그러나 정작 60세 이상 '진정한 실버'들이 이날 행사에서 구직에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란 것이 행사장을 찾은 노인들의 설명이다.
   
이는 대다수 참여업체가 구인자 연령을 막연히 '50세 이상'으로 해놓았기 때문에 60세 이상 노인들은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일부 업체는 '60세 미만' 또는 '65세 미만'으로 나이제한을 하고 있어 아예 지원서조차 내지 못하는 노인들이 대다수다.
   
이와 관련 전주 노동사무소 관계자는 "60세 이상 고령자들은 전주시에서 운영하는 '어르신 일거리 마련 센터 협의회'에 등록하면 상자나 쇼핑백 접기, 볼펜 조립 등 단순노무로 월 10만원 안팎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행사장 옆에 마련된 무료 건강진료와 이·미용 서비스, 법률상담 부스 등과 자장면과 빵, 한방차 등을 무료로 나눠주는 곳에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60세 이상 노인 대부분이 몰려 발디딜 틈 없이 성황을 이뤘다.
   
전주시 우아동에 사는 이모(83) 할아버지는 "생활이 어려워 오늘 꼭 일자리를 찾으려고 이력서에 사진까지 붙여 가져왔다"면서 "어떤 일이든 시켜만주면 잘 해낼 자신이 있지만 이곳에서 내가 할 일은 없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전주=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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