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살펴주는 의사들 중 상당수가 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간호사 등 동료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있다.

1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수집한 병원내 폭행. 폭언 사례에 따르면 서울소재 S 대학병원에서 병동을 돌던 남자 레지던트가 환자의 링거병이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다며 담당 여간호사를 처치실로 끌고가 바닥에 넘어뜨린 다음 문을 닫고 심한 욕설을 퍼붓고 링거병을 간호사를 향해 던지려 했다는 것.

경남 D병원에서는 수술에 참가하던 남자 수련의가 임신 6개월의 간호사로부터 "환자를 좀 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니가 내 선배야. 뭐야"라며 간호사의 머리채를 잡아 쥐고 신고있던 슬리퍼를 벗어 때리려고 했다.

광주 K병원에서는 남자 의사가 중환자실의 환자에게 솜베개를 만들어 주라는 지시를 미처 이행하지 못한 여간호사의 얼굴에 차트판을 던지고 뺨을 때린 데 이어 간호사가 겁이 나 도망가자 쫓아가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는 것.

대구의 O대학병원에서는 여의사가 팩스를 보내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바쁘다"며 거절한 여 의료기사의 뒤통수를 서류뭉치로 내리치고 다른 남자조합원의 양쪽 무릎을 발로 차 멍들게 했다고 노조측은 밝혔다.

이밖에 보건노조가 수집한 10건의 사례를 보면 의사들은 간호사들이 업무처리를 똑바로 못하거나 건방지다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과 폭언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여성노동법개정 연대회의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1차 여성노동법 개정 촉구대회'를 갖고 직장내 폭언과 폭행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노동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김금례 보건노조 여성국장은 "노조가 결성돼 있지 않은 군소병원의 경우 의사들의 폭행은 더 심각한 수준이지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중도에 그만두는 간호사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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