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복지부장관이 ‘국민연금 투자 활용 신중론’을 펼치면서 경제부처 주도의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자유화, 뉴딜정책 동원 시도에 대한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 복지 “경제부처 주도 국민연금 운용 반대”

김 장관은 19일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경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하며 한국판 뉴딜정책, 경기종합투자계획 같은 방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국민연금은 특수하다”며 “국민이 땀 흘려서 알토란처럼 적금을 넣은 국민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좀 더 면밀한 검토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최근 국민연금 투자 활용 시도에 신중론을 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부처에 대해 직접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장관은 “경제부처가 그 용처에 대해 앞서서 주장하면 국민들이 국민의 의구심과 불신이 증폭되고 신뢰가 훼손된다”며 ‘국민연금 부정’으로 이어질 것에 대해 우려했다. 경제부처는 보건복지부 뒤에서 조언하는 '그림자' 역할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장관은 “복지부는 대형 SOC 투자 등 논란이 많은 투자일수록 안정성 토대위에서 공공성과 수익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며 “또한 기금운용위원회가 독립적인 권한과 책임을 확실히 행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도 뜨거운 논란…당·정·청 진화 나서

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다.
우선 유력한 대권주자인 김 장관이 국민연금 운용의 ‘안정성’을 강조하면서 ‘민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행보가 아니냐는 것. 실제 김 장관은 근본적으로 국민연금 투자활용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경제부처 일방 주도에 제동을 걸면서 독자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것은, 이로 인해 현재 경제부처 주도의 국민연금 투자활용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곧바로 성명을 내 “여권실세도 반대하는 연기금 주식투자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유승민 제3정조위원장은 △새로운 국민연금 개정안 제시 △복지부장관의 기금관리기본법 및 민간투자법, 뉴딜정책에 대한 반대입장 제시 등을 요구했다.

또 민주노동당은 ‘김근태가 맞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 “연기금 운용에 대한 정책은 돈의 주인인 국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위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정부와 여당은 가진 자, 성장과 성과 중심의 경제정책 운용태도를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당·정·청은 19일 긴급회의를 갖고 연기금투자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로 구성되는 ‘자산운용위원회’ 설치 등 한나라당 요구 가운데 일부를 수용하기로 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노동·시민단체 “국민연금기금운용 독립성 확보돼야”

그러나 양대노총과 시민단체들도 김 장관의 발언을 환영하는 동시에 국민연금기금운용의 독립성 확보를 소리높여 요구하고 나서면서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국민연금은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국민에 의해 조성된 기금이지 정부가 필요할 때 마음대로 끌어다 쓸 수 있는 국가재정이 아니”라며 “복지부는 국민의 참여를 배제하고 연기금에 대해 국가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국민연금법 개정안부터 철회해야 하며, 기금운영위원회의 독립적인 권한과 책임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이 기회에 국민연금을 마치 정부의 여유돈 정도로 치부하고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 것처럼 오판하는 정부여당의 잘못된 생각이 바뀌길 기대한다”며 “정부가 국민연금을 위험천만한 경기부양을 위한 투자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바꾸는 한편 기금운용의 자율성을 해치는 국민연금 개악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김 장관의 발언을 환영하면서도, 부처간 이기주의에 대해 경계했다. 경실련은 “정부, 특히 경제부처의 필요에 의해 일방적인 제도운영과 기금운용이 되지 않도록 자율성과 독립적인 운영이 보장돼야 한다”며 “이것이 부처간 이기주의나 내부다툼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밝혔다.
 
또 참여연대는 “뉴딜정책에 앞서 국민연금기금운용 관리감독기구의 개편을 통한 위험관리시스템 구축이 우선 과제”라며 “복지부도 국민연금기금운용을 독점하겠다는 과욕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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