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민혁명으로 단두대에 오른 마리 앙뜨와네뜨는 사형선고를 받자 백발이 됐다. 오현수 공공건설연맹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한국형 뉴딜정책에 의한 스트레스로 반백이 됐다. 그리고 지난 9일 오 위원장은 그 반백의 머리마저 깎아버렸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고속도로 운영권을 연기금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공공건설연맹은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공공서비스 질이 저하될 것이라며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오현수 위원장<사진>을 만났다.

- 삭발투쟁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공공부문 기업은 IMF때부터 경제 위기를 빌미로 구조조정을 당했다. 그런데 이제는 경제부양을 빌미로 또다시 구조조정의 서막을 열려고 하고 있다. 고속도로는 국민과 국가의 재산인데 지금 정부는 그 국민의 재산을 팔아 경기부양을 하겠다고 한다. 이는 공공부문 개혁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공공부문 기업에도 똑같은 정책이 전가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 고속도로가 매각됐을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천안 등의 민자 고속도로는 국고노선의 3배에 달하는 통행료를 받고 있다. 그리고 또 적자 부분은 국민의 세금으로 보존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이중으로 축내고 있는 것이다. 연기금이 고속도로에 투입되면 민자노선 만큼의 통행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고속도로를 단순한 도로로만 봐서는 안 된다. 도로의 유지 관리를 수익의 목적에 맞춘다면 성수대교보다 더 큰 재앙이 몰아닥칠 수 있다. 유지와 관리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도로의 생명, 안정성을 유지시켜야 되는데 수익을 목적으로 하면 유지, 관리는 소홀할 수밖에 없고, 체계적인 관리도 어렵다. 우리 조합원들은 고속도로를 생명처럼 알고 살아왔다.
올해 3월의 폭설 대란은 누구도 예기치 못했다. 24시간 체제로 운영되는 도로공사였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눈에 갇힌 자동차와 인명을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이다. IMF 때 구조조정 당한 한 선배의 얘기를 하자면, 집에서 쉬고 있는데 아들이 들어오면서 밖에 눈이 온다는 얘기를 했단다. 그 사람은 그 말을 듣자마자 옷을 입고 나갔다가 '아 내가 회사를 잃었지'라며 다시 들어왔다고 한다. 눈만 오면 비상근무를 하던 게 몸에 밴 것이다. 목숨을 걸고 일해 왔던 생명과도 같았던 일을 경기부양이라는 미명아래 매각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때는 생존권 이상의 아픔과 분노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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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3개 연맹통합(23일)이 목전에 있다. 연대투쟁에 더 힘을 받을 것 같은데.

"현재도 사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고, 대정부 투쟁에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건교부 산하의 주택공사, 수자원공사, 토지공사 등 투자기관 위원장들이 우리와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다. 공공3연맹이 산별교섭체제를 형성함으로써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현안을 견인해낼 수 있을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21일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전에 5천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고속도로 매각 저지 투쟁을 계획 중이다. 또 노사정위 공공특위에 이 문제를 상정하겠다. 오늘도 그것을 요구했으나 결정된 정책이 아닌 검토 단계이므로 논의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나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부터 노사정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연기금 매각을 강행한다면 총파업 투쟁도 불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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