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폐지를 비롯한 이른바 4대법안의 연내 처리를 추진하는 열린우리당이 국회 정상화를 계기로 한나라당과의 타협을 강조하는 등 당론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최근 ‘4대 개혁법안’이라는 용어 대신 이를 포함한 ‘50대 민생 개혁법안’이라는 명칭을 쓰기로 결정하고, 이부영 당 의장도 야당과의 타협을 강조하는 ‘속도조절론’을 펼치는 등 최근 들어 여당 내부에서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지난 10일 창당 1주년을 앞둔 기자간담회에서 “산이 높으면 좀 돌아가고, 물이 깊으면 좀 얕은 곳으로 골라가기도 해야 한다”며 “야당도 120석이 넘는 정치세력이라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단도 10일 강화도 의원연수원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4대 개혁입법’이라는 용어를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하고, 4대 법안을 ‘50대 민생 개혁법안’과 묶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중점 추진하는 것으로 국회 운영 전략의 방향을 정했다.

열린우리당의 이 같은 최근의 기류는 국회 파행 후 가까스로 정상화된 상황에서 한나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법안 처리에 대한 대의적 명분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현재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4대 법안 저지를 당의 최대 목표로 상정하고 있는데, 굳이 한나라당을 자극하면서까지 법안을 추진해 또 다시 파행을 부르거나 후유증을 남게 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계산에서이다. 또한 열린우리당이 먼저 이러한 유화적 태도로 한나라당을 대하게 되면, 한나라당이 대화를 거부하고 강경기조를 계속 유지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도 깔려 있다.

이부영 의장은 11일 “야당에 대한 설득과 대화를 통해 충분히 토론한 뒤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의장은 “법안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12월 임시국회를 열거나 내년 2월 임시국회도 있다”고 말해 급하게 처리하지 않겠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김배곤 부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의지가 약하면 언덕도 개울도 넘을 수 없다”며 “수구세력의 눈치만 살핀다”고 우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학법 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농성중인 전교조도 11일 성명을 내고 “열린우리당은 수구세력의 결재 받아 개혁을 하려는가”라며 “지금 논의되는 4대법안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절충안으로 개혁이라는 이름표를 붙일 수 있는 '마지노선'인데 이 마저도 처리하지 않는다면 역사에 죄악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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