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11일 국민의 78%가 정부 비정규직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정홍보처가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602명(노동자 260명 포함)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이다.

노동계가 정부 비정규법안에 대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으며 여당이 수정의사까지 밝힌 상황에서 국민의 약 80%가 정부 법안을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조금만 뜯어보면 ‘한심’ 그 자체다. 여론조사 전문가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러한 반응이 나오는 핵심적인 이유는 응답한 국민 중 80%가 정부 비정규직 법안에 내용을 모르고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정부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십니까”라는 첫 설문 문항에 16.2%가 ‘전혀 모른다’, 65.1%는 ‘법안 내용은 모르지만 이름은 들어봤다’고 답하는 등 무려 응답자의 81.3%가 사실상 법안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주요 논란사항에 대해 알고 있다’, ‘구체적인 법안의 내용까지 자세히 알고 있다’는 답변은 각각18.4%,0.3%에 머물렀다.

결국 법안 내용도 모르는 국민을 상대로 78%의 찬성을 끌어낸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 분석 자료에 ‘법안 내용은 모르지만 이름은 들어봤다’고 응답한 65.1%를 ‘법안을 알고 있다’ 쪽으로 분류했다는 점이다. 이는 여론 ‘호도’를 위한 왜곡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 밖에 총 6개항 중 나머지 4개항도 법안에 대한 정부논리에 대해서만 물을 뿐 노동계의 반대논리는 한 문장 정도만 언급하는 등 균형감각을 잃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허점투성이’다.
 
여론전문조사기관 TNS 관계자는 “응답자의 80%가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신뢰성을 가지려면 찬반 양론을 균형있게 담아 질문해야 한다”며 “거의 정부논리만 언급해 찬성답변을 유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도 “(설문 내용을 보니)초등학생에게 국가보안법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안을 보면서 정부가 자신들이 만든 비정규법안을 ‘신앙’처럼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한 노동계 인사의 말이 떠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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