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정부 비정규법안에 대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으며 여당이 수정의사까지 밝힌 상황에서 국민의 약 80%가 정부 법안을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조금만 뜯어보면 ‘한심’ 그 자체다. 여론조사 전문가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러한 반응이 나오는 핵심적인 이유는 응답한 국민 중 80%가 정부 비정규직 법안에 내용을 모르고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정부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십니까”라는 첫 설문 문항에 16.2%가 ‘전혀 모른다’, 65.1%는 ‘법안 내용은 모르지만 이름은 들어봤다’고 답하는 등 무려 응답자의 81.3%가 사실상 법안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주요 논란사항에 대해 알고 있다’, ‘구체적인 법안의 내용까지 자세히 알고 있다’는 답변은 각각18.4%,0.3%에 머물렀다.
결국 법안 내용도 모르는 국민을 상대로 78%의 찬성을 끌어낸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 분석 자료에 ‘법안 내용은 모르지만 이름은 들어봤다’고 응답한 65.1%를 ‘법안을 알고 있다’ 쪽으로 분류했다는 점이다. 이는 여론 ‘호도’를 위한 왜곡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 밖에 총 6개항 중 나머지 4개항도 법안에 대한 정부논리에 대해서만 물을 뿐 노동계의 반대논리는 한 문장 정도만 언급하는 등 균형감각을 잃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허점투성이’다.
여론전문조사기관 TNS 관계자는 “응답자의 80%가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신뢰성을 가지려면 찬반 양론을 균형있게 담아 질문해야 한다”며 “거의 정부논리만 언급해 찬성답변을 유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도 “(설문 내용을 보니)초등학생에게 국가보안법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안을 보면서 정부가 자신들이 만든 비정규법안을 ‘신앙’처럼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한 노동계 인사의 말이 떠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