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정규법안을 둘러싼 노-정간 충돌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법안의 올 정기국회 처리를 유보하고 다시 사회적 대화를 통해 법안 손질과 대립국면 해소, 사회적 대화 복원을 꾀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미 노동계는 정부법안 폐기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결의했고,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노동계 등의 반발도 거센데다 4대 개혁입법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처리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제안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박태주 한국노동교육원 교수는 6일 한국산업노동학회 등이 공동 주최한 2004 사회경제학계 공동학술대회에서 "정부 비정규 법안의 올 정기국회 처리를 연기하고 비정규 보호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사회적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우선 "정부법안은 파견대상 업종 개방 등으로 남용방지 원칙을 훼손했으며 사회안전망 확충과 인적자원 개발, 취업기회 확대 등 적극적 노동시장 문제를 방기하는 등 안정성을 전제로 한 유연성 제고라는 '유연안정성' 취지에도 맞지 않고, 특히 이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의 기반을 송두리째 내팽개치고 있다"며 정부 법안 내용과 처리과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물론 박 교수는 노동계에 대해서도 "노동운동이 그동안 비정규직을 아웃사이더로 배제하지 않았냐"고 묻고 "시장의 엄청난 반발을 초래할 노동계 법안의 현실가능성에 대한 내부 검토가 다시 이뤄져야 하며, '싸울만한 힘'이 있는 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정부 강행방침과 이어지는 노동계 총파업 예고로 노-정간 공통분모인 '사회적 대화'마저 단절되는 현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며 대화복원을 제안했다.
 
방법은 이렇다. 국회에서 노사정위(또는 여타의 대화틀)에 재논의를 요청하면서 올 정기국회 처리유보 방침 천명 → 올 임단협시 직권중재 회부 등으로 중단된 노사정 대표자회의 재개 → 노사정위 개편방안 및 비정규 법안 관련 논의 착수 → 결론 도출 및 비정규 법안 내년 초 임시국회서 처리. 물론 이 과정에는 내년 1월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 결의 및 합의여부와 관계없이 현 정부 법안 일부 수정 후 처리 등이 내포돼 있어, 국회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하더라도 노동계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박 교수는 "국회든, 노동계는 이 제안을 거부할 명분은 크지 않다"며 "거스를 수 없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규제된 유연화', '합의에 의한 변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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