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의 한일FTA(자유무역협정) 저지 공동투쟁이 1일 도쿄에서 시작됐다.
 
한일FTA 저지 공동투쟁단은 1~3일 한일FTA 제6차 협상이 열리는 일본 외무성 앞에서 양국의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 1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양국 정부에 대해 한일FTA 협상 중단과 협상내용 공개를 촉구했다.

한국의 일본원정투쟁단은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주노동당, 전농, 전국민중연대, WTO반대국민행동 등 14개 노동·시민사회단체의 80여명으로 구성됐으며, 일본쪽은 ‘전통일노조(全統一労組)’, ‘이의있음! 일한 자유무역협정’ 등 모두 5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한일FTA 교섭에 반대하는 11월 한일공동실행위원회’를 구성해 한일 공동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 경찰-한일투쟁단 격렬한 몸싸움

당초 공동투쟁단은 투쟁 첫 날인 1일 오전 한일FTA 제6차 협상이 열리는 일본 외무성 정문 앞까지 진출해 협상장에 들어가는 한국 협상단을 저지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일본 경찰이 이를 저지하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오전 내내 이어졌다. 공동투쟁단은 이날 한국 협상단 진입 저지는 실패했지만 외무성 앞에서 경찰의 지속적인 저지에도 불구하고 연좌농성을 이어가며 한일FTA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양국 공동투쟁단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양국 민중의 생활을 파탄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한일FTA 교섭을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조준호 민주노총 조직강화특위원장(일본원정투쟁단 단장), 이관보 한국노총 부위원장, 이호동 공공연맹 위원장, 모토아키 일본 전국노동조합연락협의회(全労協) 사무국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국 공동투쟁단은 “현재 양국정부는 한일FTA 협상내용은 외교협상이라는 이유를 들어 우리들 한일 양국의 민중에게는 일체 공개하지 않으면서 노동, 환경, 건강, 농업주권, 공공서비스 등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되는 모든 문제가 우리가 전혀 모르는 곳에서 일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특정 기업이 해당 국가의 노동조건 등을 무시하고 국가를 제소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투자협정의 강화를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일 정부는 한일FTA에 관한 협상내용과 협상의 전 과정을 공개할 것 △한일정부는 ‘비관세조치’와 ‘비즈니스 환경 정비’라는 명목으로 진행하고 있는 노동자·민중의 권리침해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 △노동·생활·환경·인권을 파괴하는 한일FTA를 비롯한 모든 FTA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투쟁단, 연합-전노련 잇달아 방문 연대 요청

이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최대 노총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連合, 렌고)와 함께 한일FTA 협상에 대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렌고 사무실에서 공동성명서 채택을 두고 최종 문구조정을 통해 “경제의 세계화 아래 시장만능주의가 만연해 단기 이익추구가 우선되고 한일 양국 공통적인 경향으로서 비정규직노동자의 급증을 비롯해 노동자 권리나 능력개발이 경시되면서 사회적인 격차가 확대되는 것에 대해 우리는 강한 의구심과 불만을 느낀다”며 △양국간 경제협력은 상호공존과 번영, 공평과 평등의 원칙 아래 진행돼야 하며 교섭과정에 대한 투명하고도 충분한 정보를 공개할 것 △노동자 생활, 고용·노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양국노총 등 관계자와 사전 협의할 것 △인권·환경·먹거리 안전·사회공공성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사전협의할 것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노동관련 기준을 비롯한 OECD 제반기준을 존중·준수해야 한다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일본의 제2노총인 전국노동조합연합(全労連, 전노련) 바나이 사무국장을 만나 한일FTA 협상 저지를 위한 연대를 요청했다. 조준호 단장은 “한일FTA 반대 공동투쟁에 전노련이 함께 연대와 동참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바나이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가 FTA 추진을 하는 것은 재계의 요청에 따른 일본 기업을 위한 것”이라며 “한일FTA는 양국 노동자의 노동·고용·사회보장 등 중대한 침해를 할 것으로 우리는 여러분들의 투쟁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나이 사무국장은 “공동행동에 대해 표면적 참여는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못했기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한다”며 “모금 등을 통해 민주노총의 투쟁을 지지하겠다”고 답변했다.
 


외신 기자회견 이어 국철 해고 노동자와 연대 과시

이와 함께 이날 오후 한국 원정투쟁단은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FTA 저지 일본원정투쟁의 의의를 밝히고 “밀실에서 진행되는 한일FTA 협상은 즉각 중단하고 협상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조준호 단장은 “한일 민중들은 한일FTA로 파괴적 처지에 처할 것”이라며 “즉각 협상을 중지하고 협상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송대호 전 전농 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과거 정부는 가트(GATT)에서 WTO로 옮겨갈 때 농민들이 조금만 참으면 경제가 산다고 했고 한-칠레FTA 체결 때도 농민에게 참으라고 했다”며 “신자유주의 세계화 물결 속에서 노동자와 농민은 초국적 자본의 피과적 지배를 막아야 하며 한일FTA도 한일 노동자·농민이 단결해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외신기자클럽에는 미국, 네덜란드 등 10여명의 외신기자들이 참여해 질의에 나서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 한일 공동투쟁단은 일본 국토교통부 앞에서 지난 86년 국철노조 투쟁으로 해고돼 18년동안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 국철해고자들과 함께 공동투쟁을 갖고 해고자 복직과 한일FTA 협상 중단을 함께 촉구했다. 이날 한일 공동투쟁단은 끝으로 외무성 앞으로 다시 돌아가 이날 하루 투쟁을 마무리하는 정리 집회를 갖고 일본 시민들을 상대로 한 선전전을 벌였다.
 
한편 협상 이틀째를 맞는 2일 한일 공동투쟁단은 1일에 이어 한일FTA 협상이 열리는 외무성 앞에서 이틀째 항의행동에 나서면서 한일 대표단의 항의서한을 일본 외무성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 국회 제2의원회관, 일본 경단련 앞에서도 항의행동을 갖고 시부야 미야시타 공원에서 일본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일 노동자·민중 공동집회를 개최한다.

마지막 협상일인 3일에는 역시 외무성 앞에서 항의행동에 나서는 한편 일본의 국철투쟁단과 한국의 철도노조, 공공연맹이 함께 선전행동을 갖다. 마무리 행사로는 '한일FTA 저지 전략워크숍', '국제 쌀의 해 NGO 토론회' 등을 이어가면서 마지막 환송식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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