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 보수적 성향 의원들로 구성된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이 1일 공식출범했다. 당초 42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진 ‘안개모’는 개혁성향 지지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의원 14명의 가입거부로 28명 규모로 출범했다.
 
이로써 유시민 의원 등 여권 핵심부가 당 의원 일부의 ‘자성론’ 제기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문제삼은 데 이어 설상가상으로 ‘여권 내 갈등 양상’까지 띄게 됐다.
 

 
하지만 안개모 회장을 맡은 유재건 의원은 자신들을 비판하는 당내 개혁파를 향해 “당 바깥 보수층 중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며 “그들은 안개모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보고 우리당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유 의원은 특히 국가보안법 폐지 이후 보완입법과 관련해 “우리들의 입장은 여전히 대체입법”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으로선 가뜩이나 4대입법 등과 관련, 한나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가운데 이처럼 안개모마저 공식출범하자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안개모의 출범을 두고 임종인 의원은 “후단협의 냄새가 난다”고 지적하며 “안정적으로 개혁을 할지, 안정적으로 개혁을 방해할지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안개모 소속 의원들에 대해 “그동안 일관되게 개혁을 반대해온 사람들”이란 비판도 숨기지 않았다.
 
이들 안개모 소속 의원들의 면면과 ‘과거행적’들을 분석해보면 현재의 내부 분열 양상은 오히려 당연해 보인다. 이들 의원 상당수는 과거 한나라당, 자민련 등 보수정당 출신이거나 반개혁적 색채가 짙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당에 해로우면 해체하겠다”는 발언을 한 유재건 의원 등과도 현격한 차이가 날 만큼 보수적 성향이어서 향후 이 모임의 성격을 가늠케 한다.
 
먼저 강길부(경남 울주) 의원은 한나라당 출신으로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박맹우 현 울산시장(한나라당)과 시장 후보를 놓고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수원시장을 지낸 심재덕(수원장안) 의원은 아예 '자유총연맹 경기도지부장' 출신이다. '사학재벌 2세' 강성종(의정부을, 신흥학원 이사장) 의원의 경우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작년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과정에서 개혁국민정당측에 의해 ‘개혁성 부족’을 이유로 ‘반한나라당 단일후보’에서 밀려난 아픔이 있다. 
 
신중식(고흥보성) 의원과 ,김성곤(여수갑) 의원 등은 과거 평민당과 국민회의 등에 공천신청을 냈다 탈락한 인물들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전략지역’으로 삼았던 대전·충청 지역에 안개모 소속 의원들이 상당수인 점이 눈길을 끈다. 청와대 인사비서관을 지낸 권선택(대전중구) 후보는 총선 두달 전까지만 해도 열린우리당과 자민련 사이에서 행보를 '저울질' 했던 인물이다.
 
오시덕(공주연기) 의원의 경우 한나라당의 ‘국책자문위원’을 지낸 경력도 있다. 이밖에도 이시종(충주), 오제세(청주흥덕갑), 박상돈(천안을), 우제항(평택갑) 의원 등은 과거 지방선거·총선에서 한나라당(신한국당, 민자당), 자민련에 공천을 신청한 적이 있거나 실제 공천을 받아 출마해 당선된 바 있는 '경력급'들이다.
 
정장선(경기 평택) 의원은 민자당 출신으로 신한국당, 민주당을 거쳐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인물답게 지난 2월 이라크 파병투표에서도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이처럼 과거 전력만 잠깐 살펴봐도 안개모 소속 의원 중 절반 가량이 반개혁 성향을 띄었거나, 오로지 ‘당선’만을 위해 철새정치 행태를 답습해온 인물들임이 단박에 드러난다. 더욱이  최종적으로 안개모 가입엔 불참했지만, 당초 뜻을 함께 하기로 했던 나머지 14명 가운데에서도 이런 성향을 지닌 의원들이 적지 않다.
 
즉, 이들은 현재 ‘안정적 개혁’이라는 외피만 둘러썼을 뿐, 열린우리당에 참여하기 이전부터 이미 반개혁적 색채를 뚜렷이 했던 인물들이란 이야기다.
 
이는 결국 ‘중단없는 개혁 드라이브’란 명분 아래 ‘원내과반’을 외치며 반개혁적 인사마저 대거 영입했던 열린우리당 스스로 초래한 ‘파국’이란 평가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후단협’이나 당내 ‘균형추’ 운운하는 것 자체가 ‘과분한 평가’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홍승하 대변인은 이와 관련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입장을 대체입법이라고 밝힌 안개모가 과연 ‘안정적 개혁’을 표방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안개모의 정치적 불명확성을 꼬집었다.
 
열린우리당이 안개모로 촉발된 내부 갈등을 평화롭게 수습할 수 있을지, 여전히 ‘안갯 속’에서 헤매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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